중력을 거슬러 비상한 엘파바(신시아 이리보)에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사악한 마녀를 죽이자’는 선동 앞에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1년 만에 돌아온 <위키드: 포 굿>은 전작에 이어 압도적인 시청각적 스펙터클로 관객을 현혹한다. 그리고 그 볼거리와 들을 거리 속엔 전작보다 심오해진 두 마녀의 투쟁기가 담긴다. 알고 보면 더 재밌을 <위키드: 포 굿>의 이모저모를 4가지로 요약해 전한다.
새로 추가된 넘버가 있다
원작 뮤지컬의 작곡·작사가 스티븐 슈워츠와 작가 위니 홀츠먼은 무대 초연 이후 22년 만에 엘파바와 글린다에게 새로운 넘버를 선물했다. “위니와 나는 뮤지컬 <위키드>가 언젠가 영화화된다면 무대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계속 이야기해왔다. 영화가 두편으로 나눠 제작되면서, 무대에서는 미처 담지 못했던 사건들과 인물의 성장 과정을 새롭게 더할 수 있어 기쁘다.”(스티븐 슈워츠) 엘파바가 새로 부르는 넘버는 이다. <오즈의 마법사>(1939)의 명대사,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There’s no place like home)를 차용한 곡이다. 마법사(제프 골드블럼)와 마담 모리블(양자경)의 전횡에 맞서 오즈 나라를 위한 투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엘파바의 심경을 담은 곡이다.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는 도로시(주디 갈런드)의 문장이기 때문에 엘파바가 그것을 발화할 땐 남다른 무게와 의미를 실어야 했다. 이 곡은 엘파바의 서사에 추진력을 부여한다. 집이 자기를 배신해도 그곳은 변함없이 고향 아닌가.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을 향한 헌사를 담아 노래했다.”(신시아 이리보) 글린다에겐 이 주어졌다. 글린다는 모든 소동이 지나간 후 그의 상징이기도 한 버블 머신 앞에서 더는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는 각성을 노래한다. 글린다의 팬이라면 이 넘버를 부른 이후 그에게 부여된 어떤 숏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원작 소설도, 뮤지컬도 글린다에게 선사한 적 없는 질주의 순간이 ‘착한 마녀’의 층위를 드넓힌다.
기존 넘버도 새 맥락을 입었다
뮤지컬 <위키드>는 2막의 시작에 1막의 첫 넘버인 의 변주(리프라이즈)를 제시하며 엘파바를 향한 군중의 적개심을 표출한다. <위키드: 포 굿>은 이를 재구조화해 전작 <위키드>와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의 리프라이즈뿐만 아니라 등 <위키드>의 주요 넘버에 새 가사를 입히며 두 주인공의 갈림길을 암시한다. 한편 시퀀스엔 고전기 할리우드 뮤지컬영화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스튜디오 비주얼이 가득하다. 본래 마법사의 솔로 넘버였던 은 <위키드: 포 굿>을 통해 삼중창이 된다. 엘파바를 권력의 편에 합류시키려는 마법사의 기만에 글린다가 동조하며 새로운 하모니를 완성한다.
오스카의 영예가 또 한번 본때를 보인다
올해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위키드>는 미술상과 의상상, 총 2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미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위키드: 포 굿>역시 아름다운 미술과 의상의 향연을 이어간다. 먼저 주목할 요소는 <오즈의 마법사>의 상징인 ‘노란 벽돌길’이다. 벽돌길을 만들기 위해 작중 유력자들이 착취한 대상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벽돌길이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순간만큼은 누구도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 벽돌길은 전작 <위키드>의 무지갯빛 튤립밭을 만든 화훼 장인 마크 이브스에 의해 색을 잡아갔다. 이브스는 100만여 송이의 노란 튤립으로 먼치킨 마을의 세트를 에워쌌고, 미술팀은 이 튤립과 어울리는 톤의 벽돌을 거듭 시뮬레이팅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우르는 완벽한 노랑을 빚어냈다. <위키드: 포 굿>의 의상디자이너 폴 태즈웰은 “옷의 질감과 재료를 통해 각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진실한 삶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 일인지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건 마담 모리블의 드레스와 로브다. 날씨 마법의 전문가답게 모리블의 의상엔 기상학적 패턴이 자수로 수놓여 있다. 이때 태즈웰은 옷감의 소재를 무겁게 만들고 의상의 컬러를 톤다운하며 캐릭터가 작품에 드리우는 위협을 강조했다. 모리블의 백금발 머리 또한 구름을 본떠 디자인됐다. 모리블의 헤어스타일은 영화 초반 가르마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만,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형태가 불규칙하게 변한다. 이는 점차 권력과 평정심을 잃어가는 그의 정신상태를 가시화한다.
배우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위키드>와 <위키드: 포 굿>은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3부작처럼 동시에 촬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두 작품 사이 배우들의 위상이 급격히 달라졌다. 신시아 이리보는 올해 토니상의 호스트로 호평받았고, 할리우드볼에서 열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흑인 여성배우 최초로 ‘예수’ 역할을 맡아 화제를 낳았다. <위키드>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지난해 연말 비평가협회의 여우조연상을 독식한 아리아나 그란데는 배우의 길을 계속 걸을 전망이다. 그새 확정한 그란데의 차기작은 벤 스틸러, 로버트 드니로의 코미디 프랜차이즈 <미트 페어런츠>4편이다. 몇달 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으로 한국을 찾기도 한 조너선 베일리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남성배우 중 하나다. 가장 따끈따끈한 뉴스는 베일리가 매년 <피플>이 선정하는 ‘올해의 가장 섹시한 남자’(Sexiest Man Alive)의 2025년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것. 이 결과는 커밍아웃한 게이 배우 중 최초의 수상이기도 하다. 베일리는 결과에 대해 “(사회의) 진일보만큼 섹시한 것은 없다”는 코멘트를 남겨 더 큰 지지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