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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제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요시하라 다쓰야 감독
송경원 2025-11-06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국내 250만 관객(10월28일 기준)을 돌파했다. 북미에서도 10월24일 개봉 오프닝 스코어 1725만달러를 기록,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전세계 누적 수익은 1억800만달러를 돌파했다. <귀멸의 칼날>부터 이어진 2025년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은 이제 단발성 흥행을 넘어 하나의 현상과 흐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낯설어 부정하고 싶어도 거스를 수 없는 이 대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어야 한다. <체인소 맨>의 원작자 후지모토 다쓰키는 영화를 연상시키는 컷과 장면 연출로 정평이 난 만화가다. <체인소 맨>의 TV시리즈와 극장판에서는 여기에 더해 만화의 컷이 미처 담을 수 없는 ‘영화적인 연출’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했다. <체인소 맨>은 그저 유혈이 난무하는, 과격하고 이상한 작품이 아니다. 여기에는 밀도 높은 연출과 완성도 높은 장면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만화(자유로운 그림)는 어떻게 영화(투영된 그림)가 되는가. <체인소 맨>TV판 액션 감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감독까지 맡은 요시하라 다쓰야 감독의 공식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비결과 움직임의 마술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체인소 맨> TV시리즈에 이어 극장판 감독을 맡았다.

극장판 감독을 제안받았을 때 솔직히 불안감이 가장 앞섰다. 하지만 믿고 극장판을 맡겨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TV시리즈 때부터 작품에 참여해온 경험을 살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한층 더 흥미진진한 <체인소 맨>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

처음 보았을 때부터 독자의 감정을 능숙하게 뒤흔드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덴지와 포치타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관계를 이어 나가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후 덴지가 성장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행동을 저지르는 모습이 하나씩 쌓이면서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요소는 무엇인가.

이미 원작을 접한 관객들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색채와 사운드다. 이걸 위해 제일 먼저 애니메이터들을 포함한 전체 팀원과 회의를 진행하며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모두 하나의 팀이 되어 색채의 사용, 펜선의 획수, 빛과 그림자의 표현 등 원작의 본질을 더욱 충실히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원작 만화를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캐릭터의 미세한 몸짓과 포즈, 표정까지 세심하게 포착하는 것이 모든 작업의 핵심이었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후지모토 다쓰키의 컷들이 연상되면서도 컷과 컷 사이를 창의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예를 들면 폭탄의 악마, 태풍의 악마가 등장하는 시퀀스는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폭발음이나 태풍의 거센 바람 소리 같은 음향효과를 서라운드로 구현해 관객들이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폭탄이나 태풍처럼 대형 스크린에서 더욱 돋보일 만한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액션 장면에 상당량의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특히 태풍의 악마와 싸우는 장면에서는 액션 애니메이션 감독 시게쓰구 소타가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트레일러를 만들고 자료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목표가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제작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오히려 마음이 한결 놓이기 시작했다.

- “자유로운 연출”을 시도한 장면도 있었나.

가능하면 덴지의 감정에 어울릴 만한 시각적 표현을 구성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덴지의 반응을 보여주는 장면은 화사한 색으로 채색해서 만화책 표지 느낌이 나도록 했다. 여기에 액션 장면에서는 슈퍼 슬로모션과 같은 연출을 더하고 다양한 색감과 합성 기법을 활용했다. 특히 반복되는 유쾌한 요소들이 관객을 끌어들이고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길 바랐다.

- 방금 언급한 요소들 덕분에 작품을 반복해서 관람할수록 더욱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감사하다. 이번 극장판의 제목이 “레제편”인 만큼 우선은 레제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길 바란다. 2회차나 3회차로 작품을 감상할 때는 특정 디테일들에 주목하는 방식도 흥미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덴지와 빔에게 집중하거나, 주인공뿐 아니라 배경 속 인물들의 작은 몸짓에도 주의를 기울여보면 새로운 요소들이 보이리라 생각한다. 특히 액션 장면들에는 극장판만의 오리지널 요소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간다. 원작의 팬들도 신선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성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하며 한층 입체적이 되었다. 덴지 역의 도야 기쿠노스케를 비롯한 성우진과의 녹음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기본적으로 성우 분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를 해석한 연기를 바탕으로 진행했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추가적인 디렉션을 했다. 예를 들어 덴지의 경우, “체인소 맨으로 변할 때는 머릿속을 완전히 비워주세요”라는 식이었다. 나구라 야스시 음향감독이 성우 분들에게 잘 풀어서 전달해줘서 입체감 있는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아키 역을 맡은 사카타 쇼고와의 작업도 비슷하게 진행되었는데, 아키가 곤경에 빠진 천사의 악마(우치다 마야)를 구해주는 장면에서는 “목소리를 두 단계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 레제의 경우에는 “덴지와 대화할 때는 밝은 톤으로 말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곧바로 연기에 반영해주었다. 톤이 변한 이후의 레제는 우에다 레이나가 보여준 연기가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성우 분의 해석을 거의 그대로 작품에 반영 했다.

- 마지막으로, N차 관람 중인 한국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이번 극장판은 로맨스영화로도, 상어 괴수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관객 여러분이 다양한 시선으로 감상해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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