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사고가 생길지라도 말이다. 남대중 감독의 <퍼스트 라이드>는 오합지졸의 죽마고우 네 사람이 떠난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영화다. 청춘 코미디의 맥락 안에서 관객이 지금껏 봐온 코미디영화의 클리셰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이들이 돌아올 땐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동도 있다. 현재 군복무 중인 배우 차은우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던 남대중 감독의 코미디를 향한 열렬한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던 인터뷰를 전한다. 감독 본인의 성정을 똑 닮은 영화를 내놓았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자극적인 웃음을 강요하는 소동극이 아니다. 분명 남다른 기획의 시작점이 있었을 것 같다.
몇년 전에 인터넷에서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영상을 하나 봤다. 다 큰 어른들이 모여서는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의 형상을 프린트한 패널을 들고 다니면서 노는 모습을 본 기억을 간직해두고 있었다. 그리고 어릴 때 친구들과 놀던 기억, 친구들끼리 떠났던 제주 여행의 기억이 한켠에 또 있었다. 그러다가 트라우마와 비밀을 치유하는 과정에 관한 여행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억 속 경험을 끄집어내어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 시나리오는 언제 썼나.
<30일>을 제작하기 전인 2022년에 이미 시나리오는 완성되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는데, 강하늘 배우의 캐스팅이 긍정적으로 이야기되던 중에 해외 촬영이 막히면서 <퍼스트 라이드>의 제작이 미뤄졌다. 이후 감사하게도 <30일>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성과를 거두어 <퍼스트 라이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1년 정도의 기획을 거친 다음 올해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 하게 됐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 차은우의 출연 형태가 흥미롭다. 학창 시절 파트에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그의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문을 연다. 심지어 본인 얼굴이 첫 등장할 때 “드디어 나왔다, 내 얼굴”이란 대사를 직접 하게 만든다. 시사회장에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차은우의 공식적인 첫 주연작인 셈인데 코미디 연기를 맡겼다.
실제로 캐스팅 때만 해도 이 정도 분량의 등장을 상상하지는 않았다. 극 중 인물이 연민인데, 내 나름대로는 추억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의 작명이었다. 시나리오상에서는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만드는 미소년이라고 설명하기는 했다. 여학생들에게 인기는 있지만 정작 자기는 그 이유를 모르는 정도로 설정했다가 차은우의 캐스팅 이후 이 설정을 더 과장해도 되겠다 싶었다. 일반 시사 관객의 평 중에는 다큐멘터리 같다는 평도 있었다. (웃음) 본인도 과장된 코미디 연기를 굉장히 하고 싶어 했다. 자기가 스스로 얼굴을 찡그리면서 괴상한 표정을 짓는(감독이 직접 표정을 따라해 보이며) 연기를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현장에서 해보이더라. 바로 촬영해서 그 장면을 삽입했다.
- 강하늘과 연이어 작업하고 있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 예능에 이르기까지 올해 그의 활동 반경이 넓고 깊어졌는데 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사람마다 개그 코드가 다르지 않나. 우선 강하늘과 나는 개그 코드가 잘 맞는다. 본인은 현장에서 준비해온 게 아니라고 하지만 즉흥적인 센스, 상황 대처에 따른 임기응변이 뛰어나서 본인 연기도 살리고 상대방도 돋보이게 한다. 감독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배우다. 이제는 내가 놓치는 부분을 캐치하기까지 한다.
- 반면에 도진 역의 김영광 캐스팅은 도전적이었다. 배우가 지닌 피지컬, 이전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의 결을 따져 봐도 매칭이 쉽지 않다.
안정적인 코미디 연기를 구사하는 타입캐스팅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상처를 지니고 있으면서 나중에 현실로 돌아왔을 때 이를 극복하는 과정의 카타르시스가 부각되어야 할 인물이었다. 그의 출연작 중에서 <너의 결혼식>을 보면서 약간 헐렁한 캐릭터도 잘 소화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 한선화가 연기하는 옥심은 의외의 타이밍에 등장해 마지막에 결정적인 활약을 한다.
옥심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엉뚱하게 등장시키려 했다. 모두 의도한 타이밍이다. 한선화는 다른 드라마에서도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 연기 자체를 잘하는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개그는 반복이 생명이라는 말이 있듯, 도진을 비롯한 친구들이 태국에서 하는 행동들이 처음엔 낯설게 보인다. 캐릭터의 전모를 파악하기 전이니까. 결국 엔딩에 다다르면 여정 내내 피식 웃으며 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코미디 하나만 꾸준하게 추구해왔다. 관객마다 취향도 다르고 웃음 포인트도 다른데 나는 헛웃음도 웃음이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쓴다. 이번에는 친구들과의 여행이 대개 그렇듯이 부족해 보이는 친구가 있더라도 결국엔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 때려주고 싶다가도 결국 공감하게 되는 친구들의 관계를 모두가 공감할 거라 확신했다. 여행 내내 연민의 인형을 들고 다니는 도진의 설정도 과감하게 도전해보았다.
- 첫 작품 <위대한 소원>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리메이크됐다.
베트남 리메이크판은 직접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촬영 기간에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나 역시 일부 참여했고, 중국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야기가 지닌 보편적인 감성 때문인 것 같다.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받는다. <30일>도 리메이크가 될 거라고 한다.
- 지난 몇년간 혼란스러운 한국 극장가 상황 중에서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코미디영화의 흥행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저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코미디를 만들어왔을 뿐이다. 다만 절대적인 제작 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제작이 이뤄진 데에는 배우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정도는 체감하고 있다.
- 첫 영화를 만들기 전에 시나리오를 쓰던 방식과 지금의 방식이 달라진 점이 있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뚜렷한 목표나 대상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쓴다. 예전엔 쓰고 싶은 걸 전부 꾹 눌러 담았다면 지금은 스케일이나 구현도의 가능 여부도 생각하며 쓴다. 계산하면서 쓰게 된다는 건 단점일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능숙해도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 새롭게 구상 중인 차기작이 있나.
코믹 액션 영화를 구상 중이다. 연출자로서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누군가 내 이야기를 보며 웃어주면 그만한 희열이 또 없다. 관객이 웃을 때마다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