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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A 겉핥기의 매력, 화제작 <굿 포춘>공개… 확실한 매력만큼 아쉬움도 커
안소연(LA 통신원) 2025-11-03

<굿 포춘>

할리우드 스타들의 수백억원짜리 저택들과 수만명에 이르는 노숙인들의 텐트촌이 공존하는 도시, 로스앤젤레스. <굿 포춘>은 야심차게 이 ‘천사들의 도시’를 영화 전면에 내세운다. <굿 포춘>은 신임 천사 가브리엘(키아누 리브스)이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두 사람의 인생을 맞바꾸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코미디로, 화려한 배우진과 함께 기그 이코노미와 노동유연화라는 동시대적 주제를 다룬다. 가브리엘은 교통사고를 낼 뻔한 이들을 보호하는 단순한 업무를 맡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차에서 숙식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아르지(아지즈 안사리)의 삶을 보게 된다. 아르지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지만 일을 할수록 점점 가난해진다. 반면 제프(세스 로건)는 성공한 벤처 투자자다.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의 인생은 제프가 심부름 앱으로 일일 도우미를 구하면서 교차한다.

영화는 아르지의 일상을 통해 길거리의 타코 노점, 고깃집들이 자리한 한인타운의 상점가 풍경, 노동자들이 주로 찾는 멕시칸 댄스홀까지 영화가 잘 비추지 않던 LA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는 야외 수영장과 사우나가 딸린 제프의 화려한 대저택이 있다. 두 사람이 살아가는 LA 풍경의 극명한 대비는 극소수의 부 축적을 위해 다수에게 적은 자산이 분배되어야 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이 이미지 그려내기에서 한 발짝도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 주인공 아르지부터 천사 가브리엘까지 모든 캐릭터는 평면적으로 묘사된다. 서로의 삶을 경험해보는 아르지와 제프의 감상은 ‘돈이 좋구나’와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가 힘들구나’처럼 일차원적이고, 키아누 리브스의 천사 캐릭터는 난생처음 치킨너깃을 맛보고 황홀해하는 데 낭비된다. 직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엘레나(키키 파머)의 이야기는 겉돈다. <굿 포춘>은 얕고 얕은 영화의 깊이마저 옆으로만 확장하는 이 도시를 닮았다. 그러나 이처럼 평면적이고 단순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각 장면들과 유머는 때때로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LA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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