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나이, 성별, 인종이 다른 두 사람이 영혼의 단짝이 되어 미국 독립영화계의 살아있는 신화가 됐다. 이제 두 사람은 전 세계 영화계의 관심을 타이베이로 집중시키려 한다. <왼손잡이 소녀>는 타이완의 쩌우스칭 감독의 단독 연출 데뷔작이자 <아노라>(2024)로 칸과 아카데미를 동시 석권한 션 베이커 감독의 제작, 각본, 편집 복귀작이다. 영화적 비전에 있어서 만큼은 “98%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두 사람이지만 “2% 다른 곳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왼손잡이 소녀>에서 짙은 ‘션 베이커스러움’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곧 우리가 션 베이커의 세계에서 ‘쩌우스칭스러움’을 놓쳐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첫선을 보인 후 부산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영화를 소개하는 소감은.
쩌우스칭 타이베이영화위원회를 통해 부산과 연결될 수 있었다. 위원회의 국제 공동제작 펀딩을 받아 제작된 영화인지라 영화 제작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였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의 역사적인 첫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정말 영광이다.
- 2004년 첫 공동 연출작 <테이크 아웃>으로 데뷔한 뒤 션 베이커 감독의 프로듀서로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션과 함께 해온 창작 여정은 어떠했나.
쩌우스칭 나는 대만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대학을 졸업했다. 뉴욕에서 미디어학 석사 과정 중 션을 우연히 만났을 당시 편집 수업을 듣고 있었다. 션은 실제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던 시절에 NYU를 다녔는데, 졸업 후 다시 수업을 들으러 왔던 게 기억난다.
션 베이커 화석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사실이다(웃음). 내가 아마 슈퍼 8mm 과목이 있었던 마지막 학년이었을 거다. 감독으로서의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편집 기술을 예비책으로 갖고 싶었고, 비선형 편집을 배우러 다시 학교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스칭을 만나 비슷한 영화를 좋아하게 됐고, 많은 영화를 함께 봤다. 도그마 95 운동에 영향을 받았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0)를 좋아하면서 우리가 같은 감수성을 공유한다는 걸 알았다.
쩌우스칭 도그마 95의 접근 방식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만든 영화가 <테이크 아웃>(2004)이다. 영국 사회 사실주의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는데, <왼손잡이 소녀>에서 <비밀과 거짓말>(1996)의 흔적을, 특히 엔딩에서 강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야시장에서 엄마와 함께 일하는 소녀’가 영화의 가장 초기 아이디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션 베이커 "이 영화는 왼손을 쓴다는 이유로 꾸중을 듣는 한 어린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그 손을 '악마의 손'이라고 부른다. 이 어린 소녀는 그 말을 비틀어 자신의 나쁜 행동을 악마 탓으로 돌리며, 엄마가 일하는 야시장에서 작은 도벽이 있는 아이가 된다”는 식으로 피칭을 했다. 우리 영화의 상당수는 장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쓰칭은 항상 대만의 야시장이 얼마나 놀랍고 독특한지에 대해 내게 말해주곤 했다. 아시아 전역에 야시장이 있지만, 대만의 야시장은 그 구성 방식이 매우 구체적이다. 빛과 색, 소리와 혼돈.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아이를 놓는 것. 그게 바로 ‘시네마’였다.
쩌우스칭 영화를 찍으면서 대만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것 같았다. 모든 작은 골목, 작은 장소, 작은 소리들이 나를 다시 그곳으로 데려다줬다. 나는 그 모든 디테일을 담아서 사람들이 눈뿐만 아니라 귀로도 대만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특히 우리는 정말로 이 어린 소녀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특히 2010년에 대만에 한 달 동안 지내면서 함께 시나리오를 썼고, 실제로 야시장에서 엄마와 함께 일하는 다섯 살짜리 소녀를 발견했다. 그 소녀를 봤을 때 "세상에, 우리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하네" 싶어서 무척이나 흥분했다.
- 오토바이를 탄 캐릭터들을 촬영할 때 위에서 아래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앵글. 야시장을 쏘다니는 이징의 뒷모습이 영화 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쩌우스칭 그 앵글을 찾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타이베이에서는 모두가 오토바이를 탄다. 단지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전체 프레임, 거리의 형형색색 불빛들과 함께 타이베이 거리 자체를 담고 싶었다. 사람들은 스틸컷을 보자마자 "그래, 저게 타이베이지"라고 말한다. 저렇게 생긴 도시는 달리 없고, 사람들이 이를 알아볼 것이라고 꽤 자신한다.
션 베이커 스칭은 아나모픽 렌즈를 장착한 아이폰으로 촬영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담으면서도 동시에 매우 기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었다. 특히 이를 통해 이징의 눈높이로 내려가, 그녀와 함께 야시장을 헤쳐나갈 수도 있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스칭과 그녀의 팀이 내린 선택은 이것을 포착하는 가장 좋고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 두 사람의 첫 영화 <테이크 아웃>의 중심이 되는 중식당이 있다. 영화에서 그 식당은 바로 그곳에 있어야만 할 것 같았고, 주인은 왜 그런 성격인지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더라. <왼손잡이 소녀>에서는 왜 이 국수 가판대였나. 이 가판대의 어떤 미학적 측면이나 배경 이야기가 당신을 끌어당겼는가?
쩌우스칭 10년 동안 야시장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친구를 사귀며 여러 이야기를 수집했다. 영화 속 많은 이야기는 내가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해준 이야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가판대를 찾기 위해 야시장에 다시 갔다. 야시장 중심이 아닌 구석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 이미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가판을 발견했다. 주인을 설득하는 데 적어도 한 달은 걸렸지만 결국 그는 가판대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쓰게 해주면서 물심양면으로 촬영을 도와주었다.
션 베이커 <테이크 아웃>이 예산이 적은 독립 영화에서 식당 전체를 빌릴 수 없을 때 어떻게 촬영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같다. 그들과 협력하며 그들의 사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탠저린>의 도넛 가게에서도 똑같이 했다. 작은 가게들을 장악하는 것? 어느새 우리가 하는 방식이 되었다(웃음).
- 세모녀의 큰 딸이자 피날레의 주인공인 이칭(마스위안)은 성적으로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작은 야시장 사회에서조차 특정 방식으로 위치지어지고 소비되지만 결국엔 자신과 어울리는 삶을 찾아 나갈 것이다. 성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전 작품들이 종국엔 인물들의 자유와 해방을 염원한다는 점과도 이어지는 영화적 소망으로 보인다.
션 베이커 맞다. 쓰칭은 대만 문화에서 여성의 역할을 탐구하려 했다. 특히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들이 여러 면에서 훨씬 쉬운 길을 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시장에서 이칭은 노출있는 옷을 입고 빈랑 가판에서 일한다. 제품을 팔기 위해 자신의 몸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 노동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다. 이는 반 쯤 금기시되는 직업을 이용한 그녀의 반항이며, 심지어 가족의 비밀을 궁극적으로 밝히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쩌우스칭 나는 이칭이 기꺼이 그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칭은 단지 자기 자신이 되고 싶어 한다. 나는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라고 격려하는 영화이길 바란다. 할아버지가 어린 소녀에게 "왼손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은 "너는 너 자신이 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자유롭게 당신 자신이 되어야 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어야 하며, 전통이나 다른 누구도 당신의 삶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Director’s Box
대만계 미국인 영화감독이자 프로듀서, 배우. <테이크 아웃>(2004)을 션 베이커와 공동 연출하며 영화계에 등장했고 이후 <스타렛>(2012), <탠저린>(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레드 로켓>(2021)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에서 활약한 핵심 창작 파트너다. 고향 타이완으로 돌아와 찍은 첫 단독 장편 영화 <왼손잡이 소녀>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울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