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땡볕과 촉촉한 가을비가 교차하더니 해가 지자 완연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변화무쌍한 날씨만큼이나 다채로운 영화인과 관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4일차를 가득 채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국에 최초로 상륙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회! 헌트릭스의 주제가 ‘Golden’의 가사처럼 ‘바로 지금 우리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페셜 싱어롱 상영
드디어 우리도 만났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우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올해 최고의 센세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국내 최초 싱어롱 상영회가 20일 저녁 8시 동서대 소향씨어터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극중 악령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이 스크린을 채우자 객석의 어깨가 저절로 들썩인다. 마 리를 소다 팝!
전 세대를 사로잡은 ‘케데헌’ 열풍이지만, 오늘을 누구보다 기다렸을 어린이 관객들. 생애 첫 부산영화제의 기억을 안고 미래의 씨네필로 자라나기를.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
오후 12시 30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한국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예 여성 감독 5인이 선배 감독의 작품을 직접 선정해 대화를 나누는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의 첫 문이 열렸다. 장편 데뷔작 <남매의 여름밤>(2020)으로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윤단비 감독의 ‘원픽’은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2002).
“선배 감독님의 ‘비기’를 배우고 싶었다”는 윤단비 감독의 눈이 배움의 열의로 빛났다. 가르침과 배움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 법. 박찬옥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의 실내 장면 연출에서 오히려 내가 큰 영감을 받았다”고 화답하며 따뜻한 존중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오픈토크 <짱구>
“남자라면 누구나 평생 기억하고 싶어하는 여신 같은 존재”. 배우 정수정이 연기한 ‘민희’에 대한 설명이다. 지난해 <거미집>(2023)으로 제33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을 거머쥐었던 그가 신작 <짱구>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까. 객석의 기대감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배우 정우를 세상에 알린 영화 <바람>(2009)이 스핀오프작 <짱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감독 겸 주연이다. 학창 시절의 방황을 뒤로하고 영화배우의 꿈을 안고 서울로 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짱구> 팀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향해 힘찬 인사를 건네고 있다.
야외무대인사 <로맨틱 어나니머스>
가을바람에 실려 온 달콤한 로맨스. 한일합작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주역 한효주, 오구리 슌, 그리고 츠키카와 쇼 감독이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 올라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지금 계절과 꼭 어울리는, 초콜릿처럼 따뜻하고 달콤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한 <로맨틱 어나니머스> 팀이 팬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칸과 베를린의 비밀이 부산에서 열렸다. 세계 최고 영화제를 이끄는 트리샤 터틀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크리스티앙 쥬느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아주담담’ 행사에서 마주 앉았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의 뒷이야기는 물론 축제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상영작 선택법과 예매 꿀팁까지. 성골 씨네필들이 갈망하던 정보들이 쏟아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