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지속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되풀이하는 모티프. 이광국 감독에게는 자살이 그런 소재다. 데뷔작 <로맨스 조>에서부터 근작 <동에 번쩍 서에 번쩍>에서까지, 그는 스스로 택하는 죽음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말해왔다. “한국은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하는 나라다. 한 사람이 그리 떠나면 주변 10명 정도가 자살 고위험군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들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고인의 상태를 몰랐느냐는 폭력적인 언행에까지 노출된다.” 이광국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정리한 실제 자료들을 접한 뒤 자살 유가족에게 <단잠>을 안기고 싶었다. “남편을 잃은 인선(이지현), 아빠를 잃은 수연(홍승희) 모녀가 잠깐이라도 깊은 잠을 잤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붙였다.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연출은 피했다. 대신 그들이 느낄 절대 고독이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가까운 누군가 혹은 언젠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망자의 유서를 덮어둔다. “유가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왜?’라는 질문이다. 식구가 그렇게까지 한 이유를 모르겠기에 괴로워하는 분이 많다. 누구나 큰일을 겪으면 원인이 궁금해지니까.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만큼은 그 까닭을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기를, ‘알 수 없음’에서 오는 고통을 알아주시기를 바란다. 결국 인선과 수연도 자책하기보다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지 않나. 고통이 평생 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채 말이다. 모든 게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엄마와 딸로서 다시 소통할 수 있는 첫걸음을, 두 사람이 내딛게 하고 싶었다.”
BIFF #4호 [인터뷰] 알 수 없음’에서 오는 고통을 알아가기, <단잠> 이광국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