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가 ‘다시, 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 간 포럼 비프(Forum BIFF)를 개최한다. 3년만에 재정비를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여는 포럼 비프는 4개 섹션, 9개 세션으로 산업·정책·비평·기술·교육 등의 주제를 세분화해 한층 심도깊은 논의의 장을 연다. 18일 열린 ‘섹션 A. 연대를 꿈꾸는 아시아영화’의 기조 발제자로 <산하고인> <스틸 라이프> 등의 지아장커 감독이 나섰고,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 영화평론가 필립 쉐아, 강내영 경성대학교 교수, <르누아르>의 하야카외 치에 감독과 에이코 미즈노 그레이 프로듀서, <디어 스트레인저>의 량잉 프로듀서,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1998년, <소무>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이 내 영화 경력의 출발이었다.” 지아장커는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의 기억으로 2025 포럼 비프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그의 두번째 장편영화인 <플랫폼>(2000)은 부산프로모션플랜 PPP(현 아시아프로젝트마켓 APM의 전신)을 통해 해외 투자의 활로를 모색했는데, 이를 두고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프로듀서들과 접촉하며 국제적인 영화제작 과정과 그 모델 전체를 이해하는 첫걸음”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아시아영화, 국제공동제작의 새 챕터를 열다’ 포럼에 앞서 영화인들의 국제적 네트워킹과 공동 제작의 활로 모색이 신인감독의 발굴 및 육성에 중대한 밑거름임을 강조한 목소리다.
한편 중국·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국 영화제 프로그램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립 쉐아는 “다소 밋밋한 아시아 공동 제작 영화의 현 주소”를 지적하면서 국제 공동 제작의 효용을 대중영화 중심의 돈의 논리로만 환원하지 않아야 아시아영화의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세태 속에서 영화 문화는 곧 우리 스스로 토막내려는 시체에 불과해진다.”(필립 쉐아) 한편 2025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이어 올해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서 상영되는 <르누아르>(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카타르 6개국 공동제작)팀이 전한 목소리는 희망적이었다. “독립영화 프로듀서로서 국제 공동 제작은 신인 감독의 오리지널 각본 제작 파트너를 찾는 최선의 활로다.”(에이코 미즈노 그레이) 장편 데뷔작 <플랜75> 제작 당시 팬데믹을 마주한 하야카와 감독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모 일정에 맞추어 스스로에게 마감 기한을 부여하면서 작업의 동력을 마련했고, 여러 나라를 방문해 피드백을 받으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창작자 입장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