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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1호 [스페셜] 개막식을 하나의 '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식 총연출 민규동 감독
남지우 사진 박종덕(객원기자) 2025-09-17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사상 최초로 개·폐막식 총연출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30년’ 준비에 나섰다. 그 부름에 응답한 이는 영화감독 민규동. 올 상반기 <파과>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그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부산의 30번째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사상 첫 개·폐막식 총연출이라는 중책을 맡은 그를 리허설 직전 만났다. 서른 살 부산국제영화제가 꿈꾸는 ‘변화’는 무엇이며, 그는 어떤 축제의 판을 벌이려는 것일까.

-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최초의 개·폐막식 총연출자로 호명되었다. 집행부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 박광수 이사장과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30년 전, 부산국제영화제가 문을 연 1995년은 내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처음 영화 공부를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당시 연출 선생님이 바로 <아름 다운 청년 전태일>(1995)을 만들고 있던 박광수 감독이었다. 내 생애 최초로 만난 영화감독 이자 지금껏 은사로 여기는 분의 부름이었기에 주저함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

- 개막식 연출에 있어 집행부가 제안한 핵심 과제는 무엇이었나.

= 박광수 이사장의 솔직한 진단에서부터 과제 설정을 시작했다. 영화제의 외형과 규모는 더할 나위 없이 커졌지만, 그 성격이나 프로그램의 톤은 과거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박 이 사장의 자가 진단이었다. 한 챕터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에 선 지금, 집행부가 개막식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명확했다. 바로 ‘변화’였다.

- ‘3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와 변화에 대한 열망. 이 둘을 개막식에서 어떻게 구현하고자 했나.

= ‘개막식 전체가 한 편의 공연’이라는 큰 아이디어를 관철하고자 했다. 개막식이라는 ‘쇼’가 있고, 그 쇼의 ‘호스트’가 바로 배우 이병헌이다. 사회자 이병헌이 열고 닫는, 마치 한 편의 거대 한 뮤지컬처럼 말이다. 중간에 전통적인 축하 공연을 삽입하지 않는다는 기본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 “쇼 호스트 이병헌”은 어떻게 떠올렸나.

= 호스트 섭외는 개막작이 <어쩔 수가 없다>로 정해지기 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여전히 최고의 연기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위대한 배우는 자주 탄생하지 않는다. 이병헌은 퍼포먼스의 순발력, 쇼 전체를 끌어가는 연기력 등 모든 것을 갖추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가 관객을 맞이한다는 것 자체가 이번 개막식의 중요한 테마다. 혼자 무대를 이끌며 관객과 호흡해야 하는 도전적인 방식을 흔쾌히 받아들여 준 제스처에서 그가 영화제에 보내는 헌사를 느낄 수 있었다.

- 가장 중요한 콘셉트가 정해진 후, 본격적인 연출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 이병헌이 호스트인 쇼를 위해 대본 작업에 돌입했다. 구글 닥스 문서를 열어 집행부, 선정위 원, 프로그래머, 마케팅, 후원사까지 개막식에 각자의 열망을 가진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남기도록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요구를 반영하며 단어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다듬었다. 형식적이고 영혼 없는 말로 채워진 개막식은 피하고 싶었다. 필요한 언어를 필요한 맥락에 배치하는 작가로서의 역할이라는 틈새를 파고 들었다.

- 기술 리허설 현장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흥미롭더라.

= 음악 역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외부에서 제작한 특별 영상을 제외한 모든 음악의 톤을 직접 조율하며 20곡이 넘는 곡을 만들었다. 케이팝, 힙합, 클래식, 재즈, 트로트까지, 레드카펫에서 부터 다채로운 음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쯤 리허설 현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을 텐데 어떤 분위기를 자아낼지 나 또한 궁금하다.

- 부산국제영화제가 사상 최초로 경쟁 부문을 도입하는 만큼 폐막식에 대한 기대도 크다.

= 폐막식의 테마는 ‘서스펜스’다. 메이저 경쟁 영화제들처럼 수상자에게 결과를 미리 알리지 않을 것이고,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터져 나오는 생생한 감동을 담고 싶다. 다양한 시상자가 무대에 오르겠지만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큐시트를 읽지 말고, 관객과 눈을 맞추며 말해달라는 것이다. 시상자와 수상자 모두의 생생한 반응을 기대한다. 단독 사회를 맡은 배우 수현 역시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며 끊김 없는 현장성을 극대화해 줄 최적의 파트너다.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내 아내의 모든 것>, <파과>의 민규동이 연출하는 ‘한편의 공연’은 어떤 모습일까.

= 나는 영화보다 연극과 춤을 먼저 시작한 공연 출신이다. 대학 시절 춤패와 노래패가 함께 공연을 만드는 집체극 연출로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공연이라는 원시 종합 예술을 원래부터 사랑했다. 이번 개막식 연출은 나의 본래 DNA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았다.

-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 개막식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 “이래서 영화제 개막식이 필요하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개막식이면 좋겠다. 즐겁고 몰입도 높은 공연과 함께한 순간이 행복했고, 그로 인해 내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는 감상을 느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사회자 이병헌이 퇴장하는 순간까지도, 주저하지 말고 기립해 “앙코르” 외쳐주시라. 객석에서 박수가 완전히 멎을 때까지, 그가 결코 무대를 떠날 수없게 만들어 달라.

사진 지난해 개막식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9월 17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오후 5시 관객 입장을 시작으로 6시부터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되며,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쇼 호스트’ 이병헌이 부산에 도착한 전 세계 영화인과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날 각 부문 심사위원이 소개되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2025 까멜리아상 수상자 실비아 창이 무대에 오른다. 8시부터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가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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