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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1호 [스페셜] 놓쳐선 안 돼!, 프로그래머가 말하는 올해 영화제 경향과 추천작
김소미 2025-09-17

한 해의 명작, 숨어있는 원석같은 영화들을 두루 발굴해온 6인의 프로그래머들이 짚어 주는 2025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작품과 경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을 전한다.

Q.

1. 올해 담당 권역 영화의 경향이나 프로그래밍의 주목할 점은

2. 프로그래머가 말하는 추천작 3~4편

3.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

1. 4월 초 수석 프로그래머로 선임된 뒤, 미국과 일본까지 담당 권역으로 맡게 되면서 숨가쁘게 달렸다. 미국은 선댄스 라인업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공존이라니, 웃기시네> 와 <오마하>처럼 보석 같은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이클 만, 기예르모 델 토로, 션 베이커, 코고나다 등 수년간 선임자들이 공들여 관계를 맺어온 영화인들을 영화제 30회를 맞아 비로소 초청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이었다. 일본은 신인 감독과 중견 감독들의 신작이 풍성하게 쏟아지면서,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특히 신설된 경쟁 부문에는 어느 작품을 포함할지 오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올해 영화제 개최 시기가 9월로 앞당겨지면서 산세바스티안영화제와의 일정 조율이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중남미 영화 선정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마지막 푸른빛>과 <시크릿 에이전트>가 라인업을 든든히 채워주고 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2.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나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던 때에 만난 작품이다. 짐 자무쉬 감독에게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내게는 깊은 위로를 안겨준 영화다. <고양이를 놓아줘>는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단편 초청 외에는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신인 시가야 다이스케의 장편 데뷔작이 경쟁 부문에 초청한 이유를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디, 새로운 재능의 탄생을 목격하는 두근거림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물의 연대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대담한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배우로서의 명성을 ‘빌려’ 감독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올 그린스>는 푸르른 청춘의 패기와 도발이 가득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촌스러운 녹색 추리닝을 입은 십대 소녀 세 명이 뿜어내는 싱그러움 속에서, 어쩌면 새로운 희망의 기운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3. 즐길거리가 넘치는 요즘 세상에, 치열한 티켓팅을 뚫고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 영화제가 어떤 건지 잘 몰라도 ‘좋아하는 배우가 온다니 한번 가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주신 분들까지, 모두 환영이다. 앞으로도 계속 찾고 싶은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성대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잘 차린 밥상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 이번 영화제에서 새롭게 발견한 감독과 배우들, 앞으로 극장에서 다시 만났을 때에도 처음 그 마음처럼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여러분의 그 응원이 또다른 좋은 영화를 탄생시키고, 더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힘이될 것이다.

강소원 프로그래머

1. 올해 경쟁과 쇼케이스에 소개되는 작품들에는 사건보다는 인물 중심의 작품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인문학자 김우창, 태백의 마지막 광부, 야생곰을 돌보는 90년대 생 여성들, 오사카 ‘이카이노’의 재일조선인 4세대, 필패의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 세월호 의인 김동수씨, 예술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 코첼라로 진출한 한국 록밴드 등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아시아 다큐멘터리에서 국제공동제작은 이제는 일반화된 제작 경향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는 한 해이면서, 대중친화적인 서사 중심의 작품과 픽션의 요소가 가미된 하이브리드 형식의 작품들이 두드러진 해이기도 하다. 숱한 출품작 중에서, 언제나 그렇지만, 설명적이고 교훈적인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와는 결이 좀 다른, 스크린으로 구현 가능한 미학적 경험과 사유의 여백을 지닌 작품들을 선정하고자 했다.

이슬이 온다

2. <이슬이 온다>는 오랫동안 세계의 인민들을 포착해온 주로미, 김태일 감독이 한국으로 돌아와 강원 태백의 마지막 광부들을 찍었다. 사흘 일하고 그만 두려 했던 일이 30년을 넘겼고, “너무 가난했 다”는 그들의 심상한 토로가 관객의 뇌리에 아프게 각인된다. <오즈 야스지로의 일기>에선 거장의 일기와 메모, 편지, 그림, 사진, 홈 무비를 바탕으로 오즈의 걸작들이 스크린에 황홀하게 펼쳐진다. 거기에 오즈의 광팬으로 알려진 구로사와 기요시, 뤽 다르덴, 빔 벤더스의 목소리가 더해진다. <더 로즈: 컴 백 투 미>로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관 내 미니 콘서트가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펼쳐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프리 철수 리>의 이성민 감독이 홍대 버스킹에서 코첼라까지 그들의 성장 과정을 따라간다.

3. 3년 만에 비프 포럼이 재개된다. 지아장커의 기조발제와 함께 시작될 아시아의 국제공동제작과 OTT를 다룰 세션은 논쟁적이고 흥미진진한 담론들이 오고 갈 전망이다. 무료다. 놓치지 마시길.

박선영 프로그래머

1. 기존 뉴 커런츠와 지석 섹션이 각각 아시아의 신인감독들과 중견 감독들의 독립영화에 주목했다면, 경쟁부문은 보다 다양한 아시아영화들로 대상을 확대했다. 신인뿐 아니라 주요 중견 감독들의 영화를 선정했고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영화들을 포괄했다. 반면, 기존 부산국제영화제가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온 아시아 독립영화에 대한 발굴과 지원의 의미는 비전 섹션에 담겨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기존의 비전 - 한국 섹션이 그간 한국의 독립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해온 것처럼, 비전 - 아시아를 통해 아시 아의 독립영화들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올해는 특히 중앙아시아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 해라고 할수 있을 것 같다. 경쟁 부문에 선정된 <또 다른 탄생>(타지키스탄), 비전에 선정된 <쿠락>(키르기스스탄), <말리카>(카자흐스탄), 그리고 아시아 영화의 창에 선정된 <비커밍>(카자흐스탄), 와이드앵글 다큐 경쟁에 선정된 <패닉 버튼>(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선정된 다섯 편의 영화가 모두 신진 여성감독들의 영화라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모모의 모양

2. <모모의 모양>은 올해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 중 한 편이다. 히말라야 산맥 밑의 고향 마을에 돌아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성장 드라마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그리고 영화의 독특한 리듬이 마음을 끄는 영화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여성 인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들이 최근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쿠락>은 2020년에 있었던 여성들의 시위를 찍은 아카이브 필름과 현실의 문제들을 교차해서 보여주며 묵직한 주제 의식을 용감하게 풀어낸다. 아시아의 퀴어영화는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그 흐름을 선도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올해는 중화권과 남아시아에서도 주목할 만한 여성퀴어 영화들이 선정되었다. <걸프렌드>는 마카오, 대만, 홍콩을 오가며 10대와 20대, 30대 여성 퀴어 주인공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다룬다. 섬세하고 풋풋한 로맨스 영화이다.

3.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아시아 영화들은 영화제 상영 이후, 한국에서 개봉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영화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동시대 아시아영화들의 문제의식과 미학적 성취를 극장에서 함께 경험해 보시기를 권한다. 색다른 재미, 그리고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박성호 프로그래머

1. 올해 동남아시아와 서아시아 영화들은 ‘현재와 기억의 공존’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사회적 담론과 집단적 트라우마를 개인의 사적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출산율, 도시화, 재개발, 불평등, 전쟁 같은 동시대적 아픔을 때로는 낯익게, 때로는 새롭게 변주하며 재현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동남아시아 작품들에서는 사회 구조와 개인의 삶이 충돌하는 장면들이 도드라진다. 태국의 <휴먼 리소스>는 임신한 인사부 직원을 주인공으로, 현대 도시 노동 환경이 인간성을 어떻게 압박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캄보디아의 <환생: 상실의 끝에서>는 철거를 앞둔 극장에서 귀신과 청년이 마주하는 설정을 통해 전쟁과 개발이 남긴 상흔을 초자연적 서사로 형상화한다. 반면 서아시아의 작품들은 기억과 망각, 그리고 정치적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라크의 <대통령의 케이크>는 권력과 일상의 긴장을 비전문배우들의 진실성 있는 연기로 표현하고, 아르메니아의 <아르토의 땅에서>는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며 공동체의 상처를 끌어안는 과정을 그렸다.

여우왕

2. <환생: 상실의 끝에서>은 철거를 앞둔 극장을 지키는 유령과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청년의 만남을 통해 전쟁의 기억과 개발의 폭력을 교차시킨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근현대사에 대한 성찰과 맞물리며, 인도차이나반도의 영화가 지닌 독창적 미학을 증명한다. <대통령의 케이크>는 전쟁과 국제 제재의 억압 속에서도 평범한 소녀가 꿋꿋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불신과 폭력이 만연한 공동체 속에서 생존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강한 응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여우왕>은 쌍둥이 형제의 성장 서사를 통해 보편적 감성과 지역적 정체성을 동시에 포착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정적인 풍광, 그리고 배우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를 비롯한 출연진의 섬세한 연기가 영화의 감수성을 한층 고양시킨다.

3. 9월 18일을 ‘자파르 파나히의 날’로 기억해 주시면 어떨지! 황금종려상 감독이 같은 해 부산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1 시 10분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오후 3시 30분 <그저 사고였을 뿐>을 감상하시고, 이어 오후 6시 30분에 열리는 마스터클래스까지 함께하신다면,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빛나는 하루가 될 것이라 자부해본다.

서승희 프로그래머

1. 두 편의 특별전을 준비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프로그래머 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깊이 느낀 한 해였다. 올여름 치네치타 시사에 참석했을 때, 감독님을 로마에서 직접 뵙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손가락을 걸며 부산에 꼭 오시겠다고 약속해 주셨다. 그때 찍은 사진은 평생 소중히 간직할 생각이다. 벨로키오 감독에 대해서는 시네필들에게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번 특별기획 프로그램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를 준비하며 그의 작품들을 한 편씩 다시 보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을 만큼 훌륭한 영화들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줄리엣 비노쉬가 특별기획 프로그램 <움직이는 감정들>과 자신의 첫 연출작 <인-아이 인 모션>을 들고 부산을 찾는다. 이 영화를 보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녀의 탁월한 연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의 고전이 되어버린 <세 가지 색: 블루>와 <퐁네프의 연인들>의 GV에도 줄리엣 비노쉬가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아르코

2. <아르코>는 디즈니의 <앤트맨> 시리즈 작업에 참여한 프랑스 그래픽노블 작가 우고 비엔베누가 선보이는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SF 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연관과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다. 레오스 카락스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퐁네프의 연인들>도 올해 상영된다. 레오스 카락스가 <나쁜 피>(1986)의 전설적인 커플을 다시 모아 화려한 현대 멜로드라마를 선보인 작품인데, 특히 점차 어둠 속으로 침잠하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한 남자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역을 맡은 줄리엣 비노쉬의 열연은 단번에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다정함, 폭력성, 절망, 순수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다시 한번 전설적인 연기를 펼친다.

3.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이 ‘BIFF 시네마마스터 명예상’을 수상할 때 많은 관객분들이 기립박수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줄리엣 비노쉬의 <인-아이 인 모션>도 놓치지 마시길!

정미 프로그래머

1. 30회를 맞은 올해 내가 맡은 영화들은 123편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30회에 어울리는 숫자다. 커뮤니티비프(이하 커비) 87편 (장편 42편, 단편 45편), 동네방네비프(이하 동방비) 36편(장편 15편, 단편 및 시리즈 편집본 21편). 장편은 예년과 비슷하고, 단편이 급증했 다. 커비는 한예종 영상원 30주년 특별전의 영향이고, 동방비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많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올해 커비는 퀴어 영화가 유난히 많고, 동방비는 애니가 20편(장편 3편, 단편 17편)이나 된다.

선정의 기조라고 한다면, 커비는 ‘추억’, 동방비는 ‘바람길’을 키워드로 하여 살아온 과거와 살아갈 미래를 조명하려 했다. 좋아한다는 감각은 그 자체가 자극이고 동력이다. 이 에너지가 사는 재미, 창작 의욕의 연료가 되길 바란다. 관객의 ‘일상과 상상’에 흔적을 남기는 유쾌한 ‘태도와 시도’, 진지한 ‘대화와 진화’로 나아가는, 개성과 방향을 지닌 존재감 있는 영화제로 가까이 있겠다.

광란의 사랑

2. 커뮤니티비프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3개 있다. 2018년 커뮤니티비프 원년에 시작한 ‘마스터톡’, ‘취생몽사’, 2019년에 시작한 ‘블라인드시네마’다. 술과 안주가 제공되는 취생몽사는 밤 11시 김민하 감독, 새벽 3시 이명세 감독의 영화가 심야 GV와 함께 상영되고, 새벽 1 시엔 올해 1월에 세상을 떠난 데이빗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 25주년 상영 전 모그 음악감독이 고인에게 헌정하는 추모 공연이 있다. 그의 꿈은 계속될 것이다.

3. 커뮤니티 비프에 방문해 영화를 색다르게 관람하고, 책도 읽고, 공연도 보고, 커피도 마시며 즐거운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시기를. 30회 BIFF의 특별기획 프로그램과 특별상영도 놓치지 마시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여유 없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올해 게스트의 문장을 인용해서 말해주고 싶다. 영화의 바다에서 ‘물방울로 만나는 기쁨’을 모두 함께 나누자고, 누군가 있고, 내가 있고, ‘영화가 여기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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