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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특한 리듬감의 웃음 포인트를 잡으며, <어쩔수가없다> 배우 손예진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어쩔수가없다>에서 손예진이 맡은 이미리는 두 아이와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이자 ‘경력 단절 여성’이다. 그러나 영화 속 미리는 이런 단순한 규정에 머물지 않는다. 남편의 실직 앞에서는 다시 일터로 나가고, 남편의 살인을 마주한 순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한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초상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선 배우 손예진의 현재와도 은근히 포개진다. 차기작 촬영까지 쉼 없이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 이번 영화가 지닌 의미와 지금의 감정에 대해 들어봤다.

- 베니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에서는 초반에 신발을 선물받고 “여보”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사람들이 엄청 웃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거기에서 안 웃더라. 우리는 남편이 아내에게 선물해줬을 때 아내의 상기된 목소리가 너무 웃기지 않나. 그런데 외국에서는 그런 걸 모르는 것 같더라.

- <비밀은 없다>는 이경미 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면 이번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이경미 감독이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이경미 감독 말로는 <어쩔수가없다>를 먼저 썼고, 그다음에 <비밀은 없다>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미리 안에는 <비밀은 없다> 속 연홍의 느낌이 살짝 남아 있다. 연홍은 훨씬 극대화된 엄마, 굉장히 강렬한 엄마의 모습이라면 미리는 좀 순화된 엄마의 모습이다. “너도 잘생겼잖아”라는 대사는 이경미 감독이 썼다. 이렇게 약간 그 상황에 맞지 않는데 그 말을 던져서 갑자기 분위기가 뭔가 묘해지는 부분에서 두 감독님이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 각본엔 없었는데 추가한 요소도 있나.

원래 초반에 미리가 만수(이병헌)에게 생일 선물로 테니스화를 받는다. 근데 미리 취미가 테니스도 있지만 댄스도 있지 않나. 나중에 서로 춤추는 장면도 있고 해서 박찬욱 감독에게 “테니스화는 그렇게까지 특별해 보이지 않고 나중에 춤도 추고 하니 댄스화가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테니스화였으면 사실 그 댄스 장면이 그렇게 안 나왔을 거다. 춤을 위해 얼마나 갈고닦았는지 모른다. 3개월을 연습했다. 배울 때는 소질 있다, 잘한다, 라는 말을 들었는데 결국 편집이 많이 됐다. 나중에 연습 동영상을 올리려고 한다. 너무 억울해서. (웃음)

- 이병헌 배우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놀랐던 부분이 있나.

이병헌 배우는 현장에서 어떤 부분이 싫다든가 좋다든가 하는 주장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늘 힘을 빼고 있다. 그게 정말 힘들고 대단하다. 힘을 빼고 유연하게 감독의 구체적인 디렉팅을 다 수용하고 받아들인 후 바로바로 구현한다.

- 남자들은 계속해서 ‘선택지가 없다’고 얘기하는 느낌이지만 여자들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남아 있는 영화 같다. 이미리가 만든 자신만의 선택은 뭐였다고 보나.

‘받아들임’ 같다. 어쨌든 미리는 원래 굉장히 밝고 낙천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취미들을 갖고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만수의 실직으로 취미를 다 끊고 그냥 그것을 받아들인다. 결국에는 만수의 어떤 일들도 모두 받아들인다. 모르겠다. 사실 결말은 좀 열려 있긴 한데 끝까지 받아들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근데 박찬욱 감독은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고 얘기하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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