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일본 내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다. 그간 일본의 스포츠 중계는 공중파와 위성방송이 전담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OTT 플랫폼간 다극적 경쟁 체제로 재편된 지 오래다. 다존은 J리그, 프로야구 일부 경기, 일본 B리그 농구, 유럽 축구와 모터스포츠 등을 아우르며 일본 스포츠 OTT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유넥스트는 해외 축구, ATP 테니스, 골프 투어에서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 아베마는 다존, 와우와우와 제휴하면서 무료 중계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결합한 독창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훌루 재팬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까지 각자의 전략을 취하는 중이었다. 이 구도에 넷플릭스가 합류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인 WBC를 독점 중계한다. 도전적이면서도 파괴적인 변화다. 평자들은 넷플릭스가 일본 내에서 구독자 증대라는 단순 전략을 넘어 광고 기반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중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도 스포츠 중계권을 따낸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한국 또한 OTT 플랫폼이 스포츠 중계를 시도 중이다. 쿠팡플레이가 국가대표 축구 경기나 국제대회를 전면에 내세우고, 티빙은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1350억원을 투자하며 KBO 프로야구의 온라인 및 유무선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다. 국가대표 야구 경기나 WBC는 여전히 공중파 중심이지만 정규 시즌 프로야구 중계권을 티빙이 획득한 사건은 국내 OTT 시장의 구조를 재편하는 변곡점이 되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여전히 몇몇 핵심 종목이 특정 OTT에 집중돼 있다. 올림픽 등 국가대표 경기는 공중파가 도맡는다.
넷플릭스의 일본 WBC 독점은 글로벌 OTT가 거점국의 스포츠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넷플릭스가 한국의 스포츠 중계권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프로야구나 WBC 같은 국가대표 이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토종 OTT 서비스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