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다. 누구나 <스탑 메이킹 센스>를 보고 나면 토킹 헤즈를 더 알아가고 싶을 것이다. 어느 앨범부터 들어야 할까. 관련 영화는 무얼 더 봐야 할까. 입덕 부정기조차 없이 영화를 계기로 토킹 헤즈에 빠진 독자를 위해 <씨네21>이 특별한 손님을 지면에 초대했다. 토킹 헤즈의 한국어 팬페이지 토킹헤즈넷(talkingheads.net)과 토킹헤즈넷의 X(옛 트위터) 계정을 오랫동안 가꿔온 운영자 ‘psychokiller’다. 그가 직접 소개하는 토킹 헤즈의 디스코그래피 중 놓치면 후회할 다섯 순간을 전한다.
《No Talking Just Head》(1996)
밴드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Naked》(1988) 이후 침묵하던 토킹 헤즈. 드러머 크리스 프란츠는 당시 갈등을 겪고 있던 데이비드 번에게 새 앨범 발매를 제안하지만 번은 이를 거절했고 토킹 헤즈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이름에서 ‘토킹’(Talking)을 지운 ‘더 헤즈’(The Heads)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낸다. 당시 내로라하는 뉴웨이브·펑크 신의 뮤지션들이 객원 싱어로 참여했다.
《Feelings》(1997)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데이비드 번의 솔로 앨범. 영국의 트립 홉 뮤지션 모치바와의 협업은 물론 남미음악의 요소까지 받아들여 월드뮤직의 분위기가 한층 강화된 음반이다. 번의 이같은 성향은 이후 브라질의 전설적 뮤지션 카에타누 벨로주와의 합동공연 및 라이브 앨범 발매로 이어진다.
<트루 스토리스>(1986)
텍사스 한 가상의 마을에서 일어난 초현실적 에피소드를 묘사한 영화. 데이비드 번이 연출과 각본, 주연을 겸했다. 영화와 동명의 스튜디오 앨범은 사운드트랙의 성격이 강하다. 컨트리풍으로 변화한 밴드의 음악 스타일을 음미하기에 좋다. 배우 존 굿맨의 노래 솜씨도 즐길 수 있다.
《The Name of This Band Is Talking Heads》(1982)
밴드의 첫 번째 공식 라이브 앨범. 초기 토킹 헤즈의 보다 원초적인 뉴웨이브·펑크 사운드의 매력을 여과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학창 시절 소위 ‘빽판’으로 구매하여 질리도록 들었던 경험이 있다. 추천 트랙은 <New Feeling>과 <Stay Hungry>.
<And She Was>(1985)
토킹 헤즈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로 뮤직비디오가 특히 아름답다. 사진을 콜라주로 표현한 애니메이션이 인상적인 ‘작품’.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짐 블래시필드에 의하면, <몬티 파이튼> 시리즈로 유명한 테리 길리엄의 스타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몬티 파이튼> 시리즈를 보고 나면 감독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