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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천고가 주는 자유로움과 호방함 - 전주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가다
최현수 사진 백종헌 2025-07-25

스튜디오 외관

서울, 부산과 함께 전주는 언제나 영화 도시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해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5월이 되면 영화의 거리는 기대에 부푼 관객들로 인산인해다. 영화 도시라는 명성에 맞게 전주는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2008년 4월에 개관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316평 규모의 J1 스튜디오와 240평 규모의 J2 스튜디오 그리고 1만5천평에 달하는 야외 세트장을 갖추고 있다. 을 시작으로 등 다양한 영화와 OTT 콘텐츠가 이곳을 거쳐갔다. 올해 들어 스튜디오 운영에 큰 변화가 생겼다. 뉴질랜드의 쿠뮤필름스튜디오가 민간 위탁 운영을 맡게 된 것이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프로덕션을 책임진 쿠뮤필름스튜디오는 수중촬영 탱크, 해양 스튜디오 등을 갖춘 초대형 스튜디오다. 양수연 쿠뮤필름스튜디오코리아 본부장은 이번 위탁 운영이 “글로벌 작품의 유치를 추진하는 전주시의 계획과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원활한 이해를 통해 신규 스튜디오 설립의 타당성을 검토하고자 했던 쿠뮤필름스튜디오의 목표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밝혔다. 글로벌 제작 환경에 대응하고자 하는 촬영소의 의지는 지난 6월에 시작된 J3 버추얼 스튜디오 착공에서 엿볼 수 있었다.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설립 스튜디오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의 허브로 도약하고자 하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찾았다.

스튜디오 내부

왁자지껄하고 분주한 영화의 거리로 대표되는 전주의 인상과 달리 상림동에 위치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논과 밭 그리고 숲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교외에 자리 잡고 있다. 정문을 지나자마자 오른편에서 반기는 J1 스튜디오는 개관 이래로 꾸준히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은 대표 스튜디오다. 17년이 된 건축물이지만 성실하게 유지보수된 흰색 외벽은 정갈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샌드위치 패널을 자재로 사용하는 신식 스튜디오인 만큼 광활한 공간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320평이라는 적당한 사이즈와 함께 콘크리트로 건설된 벽면이 완벽한 방음을 자랑한다. 진공 상태에 가까운 내부에 발을 들여 몇마디 대화를 나눠보니 적막함 가운데서 울림 없이 모든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전주에 촬영을 오면 배우와 스태프들의 집중력이 올라간다”라며 너스레를 떨던 양수연 본부장의 말은 아마 방음에 공을 들인 J1 스튜디오의 환경을 두고 한 표현일 것이다. 천장에 설치된 전동식 세트 배튼 사이로 보이는 검은색 마감 자재도 방음을 위해 설비한 디테일이다. 아날로그식 배튼 컨트롤과 전동식 세트 배튼을 구비하고 있으며 14m 정도의 천고를 갖추고 있다. 할리우드 프로덕션을 다수 경험한 양수연 본부장은 “할리우드 프로덕션의 평균인 16m에 미치지는 않설립 당시만 해도 높은 천고를 지닌 스튜디오라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세트제작실

J1 스튜디오 내부를 살피다가 출입구가 아닌 다른 문을 발견했다. 어떤 공간인지 묻자 양수연 본부장은 “스튜디오 내부에 독립적인 작업을 위해 세트제작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42평 규모의 세트제작실은 미술팀이 세트를 제작하는 목공실 겸 세트 자재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방문했던 날은 촬영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 세트 설비에 필요한 목재 팰릿 더미와 고소 작업대가 적재된 창고로 활용 중이었다. 스튜디오와 문 하나를 두고 직접 연결된 구조로 촬영 시 소품과 세트디자인을 바로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세트제작실 외에도 J1 스튜디오 1, 2층에는 스태프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다양한 공간들을 갖추고 있다. 1층에는 분장실과 함께 다목적실 2개를 갖추고 있고, 2층에는 특별히 빔프로젝터와 스피커를 구비한 회의실도 마련되어 있다. 1, 2층에 있는 4개의 다목적실은 공간마다 테이블과 의자 등 기본적인 가구를 준비해놨지만, 오히려 스태프들은 빈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빈 공간으로 남겨 스태프들의 독립적인 작업공간으로 두되,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는 가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야외 세트장

J1 스튜디오 밖으로 나서자마자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간 J3 버추얼 스튜디오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회색빛 철제 펜스 안에서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양수연 본부장은 향후 버추얼 스튜디오 활용 계획에 대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매립형은 지양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일반 스튜디오처럼 활용되다가, 예약이 있을 때는 버추얼 스튜디오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안내를 들으며 공사 현장을 지나치자 드넓은 야외 세트장이 등장했다. 삼면이 녹음으로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언덕과 세트장 사이에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몇몇 농가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탁 트인 시야와 무성한 잔디가 돋보인 야외 세트장은 1만5천평 규모를 자랑한다. 세트장 초입에서 볼 때보다 안으로 좀더 들어가면 훨씬 드넓은 부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드론 숏으로 보면 이 세트장의 부지가 동그란 모양을 띠고 있어서 초입보다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진정한 세트장의 너비를 느낄 수 있다.”(양수연) 의 우시장 장면 등이 흰 도화지처럼 넓고 자유로운 야외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현재는 버추얼 스튜디오 공사로 인해 8천평가량의 부지만 사용이 가능한 상태지만 적극적으로 부지 매입과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양수연 본부장은 언덕 사이의 비닐하우스 한채를 가리키며 “저 부근까지는 현재 매입이 진행되고 있다”고 추가적인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분장실

버추얼 스튜디오 공사 부지 바로 옆에는 2012년에 설립된 J2 스튜디오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260평 규모에 천고 9m인 J2 스튜디오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작품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었다. 4년 터울을 두고 설립된 공간인 만큼 J1 스튜디오와 달리 J2 스튜디오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차이점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배우들의 분장실에는 별도의 샤워 공간을 구비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찾은 제작진이 입을 모아 요구했던 넓은 공간과 다양한 독립적 공간을 확보하고자 비품실 및 휴게 공간도 추가로 조성했다. 영상산업에서 예산 단위가 큰 OTT 콘텐츠가 활발하게 생산되면서 대형 시리즈의 보조 장면을 주로 촬영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양수연 본부장은 J2 스튜디오를 두고 “비는 기간이 발생할 때 작업 공간 및 독립 공간을 지원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식당

J1 스튜디오와 J2 스튜디오 사이에는 2층 규모의 야외촬영센터가 있다. 2층은 쿠뮤필름스튜디오코리아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고, 1층에는 스태프들의 식사를 돕는 식당이 있다. 식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건물 뒤편과 바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영화 촬영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밥차가 원활하게 식당과 연결되어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배려가 돋보이는 설비였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냉장시설과 취사시설 그리고 냉난방시설을 갖추고 있어 든든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무인 카페

식후 커피는 필수다. 야외촬영센터 1층 식당 맞은편에는 무인 카페가 있다. 따뜻한 조명과 편안한 의자를 두어 스태프들이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2층에 있는 쿠뮤필름스튜디오코리아 직원들도 가장 맘에 들어 하는 장소로 이곳을 꼽았다. 전주 도심에 있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잘 갖춰진 무인 카페를 살펴보다 보면 뜻밖의 귀여운 광경을 발견할 수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마스코트이자 반려묘를 자처하는 ‘반숙이’가 그 주인공이다. 아쉽게도 취재를 하면서 반숙이의 모습을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통창 너머가 바로 보이도록 꾸며놓은 고양이집을 통해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직원들의 반숙이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대표작 ENA 드라마

<당신의 맛>

전주 하면 맛의 고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ENA 드라마 은 그 명성에 걸맞게 전주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음식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보이는 범우(강하늘)와 연주(고민시)가 전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다. 연주가 운영하는 1인 레스토랑 ‘정제’는 전주 한옥마을에 있다는 설정이지만, 실제로는 J1 스튜디오에서 아기자기한 한옥풍의 미술이 돋보이는 세트를 설치해 촬영했다. 전주시를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만큼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팀에는 최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드라마의 주요 차량 시퀀스 역시 J2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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