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이 신지로 향하는 가장 넓고 밝은 문. <이사>가 2023년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베니스 클래식 섹션에서 4K 디지털 복원판으로 최우수복원영화상을 수상하고 국내 개봉한다. 소마이 신지가 1993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영화를 선보인 지 약 32년 만이다. <이사>는 일본 영화사는 물론 초국가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남긴 소마이 신지의 걸작이다. 19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한 소마이 감독이 동료 감독들과 창립한 제작사 디렉터스 컴퍼니가 1991년 파산했고, <이사>는 이후 요미우리TV와 손잡고 만든 영화다. 1988년 발표된 히코 다나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부모의 별거 이후 혼란스러운 교토의 여름을 보내는 초등학생 렌코(다바타 도모코)의 나날을 그린다. 2000년대 이후 조금씩 전세계적인 회고전이 추진된 바 있지만, 요미우리TV의 디지털 복원 사업에 프랑스 배급사 MK2가 협력하면서 <이사>의 뒤늦은 순회 개봉은 날개를 달았다. 프랑스를 필두로 미국, 한국, 대만, 네덜란드 등에서 동시대 관객이 소마이 신지를 다시 만나는 중이다. 디지털 복원한 <여름정원>(1994)도 곧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감정적으로는 충만하고 형식적으로는 모험적인 90년대 소마이 신지 영화의 청소년, 그 곁의 어른들이 통과한 호우 시절을 전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영화 <이사>의 긴 리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