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식물학자 동호(박정학)에게는 마지막 사명이 있다. 화원에서 10년 전에 백두산에서 가져온 희귀 식물 노란 만병초가 싹을 틔울 때까지 종자를 지키는 것이다. 어느 날 그에게 12살 소녀 봄(최나린)이 찾아온다. 동호는 봄이 누에를 기를 수 있게 뽕잎을 구해준다. 둘은 씨앗폭탄을 만들며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둘의 우정은 봄이 누에를 맡아달라는 편지와 함께 사라지자 흔들린다. <비밀의 화원>은 오랜 기간 생태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김성환 감독의 극영화로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강렬한 씨앗폭탄의 이미지와 군더더기가 없는 미장센, 서사의 개연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말하려는 주제를 밀고 나가는 도전적 태도가 돋보인다. 인위적 상징과 온정 어린 생태주의에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주제가 전환될 때의 비약이 호불호를 가르는 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