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마르토네 감독의 신작 <푸오리>는 제7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유일하게 오른 이탈리아영화다. 영화는 이탈리아의 여성 작가 골리아르다 사피엔차(1922~96)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두 소설, <기쁨의 예술>과 <레비비아 대학>을 모티브로 한다. <기쁨의 예술>은 “지나치게 페미니스트적이고 저항적”이라는 평을 들으며 작가 생전에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다가 사피엔차가 죽고 나서야 출간됐다. 영화는 <레비비아 대학> 의 배경인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출발한다. 1980년 사피엔차(발레리아 골리노)는 보석을 훔쳐 되파는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막 출소한다. 이 시기 사피엔차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탈리아 출판계로부터 <기쁨의 예술>의 출간을 거부당한다. 사피엔차는 생계를 잇고자 원고 교열, 가정부,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바깥세상에서 사피엔차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는 교도소 동료인 로베르타(마틸다 데 안젤리스)와 바르바라(엘로디)다. 로베르타는 무장 투쟁을 이유로 수감된 정치범이고, 바르바라는 범죄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형을 살았다. 두 사람은 사피엔차와 깊은 감정적 유대를 이루는 것은 물론, 작품 내에서 사피엔차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교도소 내부의 삶은 단조롭고 때론 비인간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피엔차는 수감 생활 중에 기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여성들과 나누는 대화, 작은 일상의 연대, 사소한 갈등 속에 피어나는 일말의 공감이 사피엔차에게 이전에 알지 못했던 환희와 예술적 영감을 선사한다. 아마 사피엔차가 수감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느낀 것은 소설보다 더 강렬한 ‘삶’이라는 서사였을 것이다. 외부와의 단절이 오히려 진정한 자기 인식의 기회가 된다는 역설은, <푸오리>가 여성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해방시키는 ‘정신적 서사’가 되고자 했음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푸오리>는 실존 인물의 단순한 전기영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