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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도토리 친구들, 100일을 축하합니다! <백일잔치> 촬영 현장 스케치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5-06-27

초등학교라는 ‘사회’에 들어선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자라나고 있을까. 박홍열, 황다은 감독은 다큐멘터리 <백일잔치>를 통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주위의 어른들이 아이들의 성장을 어떻게 돕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주무대는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방과 후 돌봄 터전 ‘도토리 마을 방과후’ (이하 ‘도토리’)다. 2023년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이하 <나마교>)로 도토리에서 일어난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돌봄노동의 진중한 현실을 담았던 두 감독이 다시금 도토리를 찾은 것이다. 이날은 도토리 1학년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100일을 맞이해 열린 축제 날이었다. 축제 속에서 아이와 어른은 너나없이 섞여 하나의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

본격적인 축제 이전, 1학년 아이들은 도토리 인근 마을에서 퍼레이드를 펼쳤다. 아이들은 짝꿍으로 뽑힌 고학년들의 손을 꼭 잡고 골목골목을 거닐었다. 아이들은 조선 시대 장원급제자들이 썼다는 ‘어사모’를 쓰고 있었다. 고학년 아이들이 축제를 위해 손수 만들어둔 물건이다. 아이들은 길에서 마주친 어른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거나 인사를 하며 자신들의 100일을 널리 알렸고, 박홍열, 황다은 감독의 카메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열심히 좇았다. 때로는 행진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기다리며 찍었고, 때로는 빠르게 다음 퍼레이드 장소로 이동해 아이들을 기다렸다.

퍼레이드를 마친 아이들은 도토리에 올라가기 전 고학년들의 축하를 받고 포토 타임을 가졌다. 축제의 주인공은 입학 100일을 맞이한 1학년뿐 아니라 도토리 학생 모두와 교사들이었다. <나마교>에도 출연했던 교사 ‘자두’(한은혜)씨는 “해마다 백일잔치를 열지만 매해 어떻게 다르게 축제를 구성할지를 아이들과 길게 논의”한다고 전했다. “미리 1학년과 고학년이 짝을 맺어서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피게 한 뒤에 그에 맞춰 선물과 공연을 준비하고 기획을 수정해가며 축제를 준비한다.”(자두)

축제에선 고학년 아이들의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각 학년이 준비한 노래와 율동이 울려 퍼질 때 4개 이상의 카메라는 공간 구석구석에 자리해 아이들의 모습을 채록했다. 카메라를 든 제작진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도토리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며 친해진 상황이었고,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카메라를 향해 브이 포즈를 하거나 웃음을 건넸다. 아이들은 각각의 카메라에 별명을 붙여 부르기도 했다. 카메라가 아이들을 바라본다기보다 카메라가 축제의 일원이 된 듯 촬영 현장은 아이들과 제작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100일 넘게 쌓아온 시간의 흐름, 아이들이 겪은 작은 성장과 변화의 양상이 <백일잔치>에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유한한 시간 내에서 카메라가 대상을 바라보고, 결국엔 연출자가 타자의 위치에까지 설 수 있는 일련의 과정”(박홍열)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이를 위해 박홍열, 황다은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이 될 1학년 아이들, 그들의 부모를 집에 초대해 친해지는 과정을 가지기도 했다. “영화의 끝은 내년에도 이어질 도토리의 또 다른 백일잔치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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