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7년 IMF 외환위기. 70년의 긴 전통을 자랑하는 국민 소주 기업 국보소주는 회장 석진우(손현주)의 무리한 계열사 확장으로 파산 직전이다. 다행히 국보소주는 법무법인 무명의 변호사 구영모(최영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다. 한편 글로벌 투자사 솔퀸이 국보소주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 솔퀸의 최인범(이제훈)은 국보소주 합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는 국보소주의 협력 파트너로 지내며, 뒤로는 유령회사를 거쳐 국보소주의 채권을 구매하는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국보소주에 평생 몸담고 있는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은 회사를 구하려 고군분투하며 석진우의 횡령과 내기 골프 등 오너리스크를 혼자 감당하려 애쓴다. 표종록과 술친구가 된 최인범은 그의 착한 심성을 답답해하면서도 인간적으로 끌리는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소주전쟁>은 한 소주 회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소재로 이목을 끈다. 영화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장점으로는 금융 스릴러에 언더커버를 더한 독창적인 설정을 들 수 있다. 서로 거울상이 되는 표종록과 최인범의 관계는 영화에 독특한 활력을 더한다. 쌍화주와 소주 CF 문구 등 한국의 소주 문화를 그리면서도 한국 직장 문화의 그늘, 압축성장의 폐해와 재벌을 다루는 비판적인 시선도 인상적이다. 다만 독창적인 설정을 깊이 있게 펼치지 못하는 연출의 완성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각 캐릭터가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아 악역도 평면적이다. 무엇보다 주제를 설명하는 대사가 남발되어 주제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직장인의 설움을 체화하는 유해진의 호연이 이런 단점을 보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