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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메스껍고 끔찍하게 뿌리 내린 슬픔, <브링 허 백>
남선우 2025-06-04

앤디(빌리 배럿)와 파이퍼(소라 웡)는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사이다. 둘은 어린 시절 서로를 낯설어 하기도 했지만 청소년이 된 지금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든 사건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잇단 죽음. 앤디는 시각장애를 가진 파이퍼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어른의 빈자리를 채우고, 파이퍼는 그런 오빠의 마음을 아는 듯 씩씩하게 일어선다. 하지만 로라(샐리 호킨스)가 있는 위탁가정에 들어가면서부터 두 사람의 노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로라는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무언가를 감추는 듯하다. 먼저 로라의 집에 살던 소년 올리버(조나 렌 필립스)까지 말없이 이상행동을 반복한다. 설상가상 로라는 이간질을 일삼으며 남매를 떨어뜨려놓는 데에 혈안이 된다.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앤디와 파이퍼는 로라가 놓은 덫에 점점 가까워진다.

<브링 허 백>은 데뷔작 <톡 투 미>로 일약 흥행 감독에 등극한 호주의 쌍둥이 형제 대니 필리포, 마이클 필리포의 신작이다. <브링 허 백>과 <톡 투 미>의 각본이 같은 시기에 쓰인 만큼 유사한 소재들을 공유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품는 상실감, 무력감을 호러의 문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그 예다. 이번에는 그런 감정이 성인 캐릭터의 동력으로도 쓰이는데, 배우 샐리 호킨스의 공이 크다. 연민과 불쾌를 자아내는 표정은 영화에 몇 없는 오컬트 신에도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몰아치는 중후반부에 비해 차분한 엔딩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수는 있지만 장르 팬들을 흥분시킬 묘사가 충분하며, 인물간 갈등을 다루는 호흡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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