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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미, 조현나의 CANNES 레터 - 2025 경쟁부문] <누벨바그> 최초 리뷰
김소미 2025-05-19

<카이에 뒤 시네마> 사무실의 서랍을 열어 지폐 몇 장을 몰래 훔치는 청년, 장 뤽 고다르(기욤 마르벡)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4:3 흑백 셀룰로이드 화면에 대고 말한다. “영화를 비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링클레이터가 택한 가장 좋은 방법 역시 그렇다. 1959년 촬영한 고다르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 작업기를 경쾌하게 좇는 신작은, 고다르의 걸작보다 <누벨바그>를 먼저 볼 세대를 위해 앞장서 띄우는 한 통의 러브레터다. 오토 프레밍거 감독과의 악명높은 작업을 마치고 프랑스로 건너온 할리우드 배우 진 셰버그(조이 도이치)가 고다르의 즉흥성과 충돌하며, 프로듀서인 조르주 드 보르가르는 대중을 위한 플롯과 메시지를 역설하는 상황. 넷플릭스 코미디 <히트맨>과 194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로 돌아간 소니 영화 <블루 문> 이후 칸에 입성한 링클레이터는 인디영화와 상업영화를 횡단하는 동안에도 작가성을 유지해 온 자신의 여정에서 누벨바그라는 출처를 찾는다. <보이후드> <블루 문> 등에서 영화의 시간성을 조각해 온 정신 또한 고다르와 일군의 친구들에게서 수혈된 것이다. 다만 그는 영화사에 기록된 혁신적 문법을 자신의 스크린에 재현하는 대신 그들의 당대를 바라보는 데 충실하다. 이점이 곧 <누벨바그>의 매력이자 결여다. 독창적 각주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누벨바그>의 세련된 경쾌함, 링클레이터다운 온유함이 일면 해석의 부재로 다가올 수도 있다. 어쨌든 칸영화제에서만큼은 실존 인물과 외형이 흡사한 배우들이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아녜스 바르다, 로베르 브레송의 이름을 달고 줄줄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오르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오늘날 우리가 열광하는 영화들에 깃든 오래된 유산을 향해 사랑스럽게 어깨동무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를 향해 뤼미에르 대극장은 길고 신나는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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