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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미, 조현나의 CANNES 레터 - 2025 개막작 리뷰] <리브 원 데이>
조현나 2025-05-14

유명 셰프인 세실(줄리엣 아르마네)은 돌연 일터를 떠나 고향으로 향한다. 원치 않던 임신 소식에 혼란스러워진 탓이다. 처음으로 셰프의 꿈을 키웠던 가족의 식당에서 숨을 돌리며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나이든 부모님, 달라진 친구들이 시간의 흐름을 체감케 하는 동시에 세실이 택할 수 있던 또 다른 삶을 가늠하게 한다. <리브 원 데이>는 아멜리아 보닌 감독이 2023년 세자르상을 수상한 단편을 각색해 내놓은 첫 장편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가 형식적 실험에 충실했다면 <리브 원 데이>는 목표지향적인 인물이 본원지에서 과거 인연들을 만나 영감을 얻는다는 익숙한 구성을 취한다. 장소를 세실의 레스토랑에서 고향으로 옮김에 따라 한 개인에서 세실의 관계성으로 시야가 넓어지고, <리브 원 데이>가 공들여 다루는 ‘공동체’라는 주제가 자연스레 부각된다. 여기서 요리는 세실과 주변인을 잇는 매개체다. 가족들과 함께 요리하며 지난날을 추억하고 세실은 이를 바탕으로 지지부진하던 시그니처 메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세실과 주변인을 엮는 두 번째 매개체는 음악이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여러 노래를 삽입하는데 고유의 넘버를 고집하는 대신 셀린 디온, 클로드 프랑소와, 미셸 델페츠 등의 음악을 적절히 활용한다. 히트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극중 인물들만큼이나 스크린 너머의 관객 또한 극의 분위기에 쉽게 동화된다. 대화 도중 갑작스레 배우가 노래를 시작하곤 한다는 뮤지컬 영화의 특성을 메타적으로 짚어낸 장면 또한 유쾌하게 연출됐다.

<리브 원 데이>는 가족, 우정, 사랑을 고루 다루며 세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담는다. 세실의 관계성과 프랑스 지역 공동체의 묘사에 힘을 실은 점은 인상적이나 임신을 비롯해 세실이 쥐고 있던 주요 논제들을 두루뭉술하게 마무리 짓는 점, 유사한 플롯의 타작들과 차별화될 만큼의 개성을 포착하기 어려운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실의 고향도 그녀의 갑옷을 제대로 흔들지는 못한다”(<버라이어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영화”(<스크린 데일리>)라는 상반된 평을 얻은 <리브 원 데이> 상영을 시작으로 제78회 칸영화제는 12일간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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