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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앞에 선 두 소년은, 배우 구리하라 하야토와 히다카 유키토 인터뷰 ➀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5-05-06

- (인터뷰 진행일 기준) <해피엔드>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GV)로 한국 관객을 직접 만나고 있다. 티켓 예매가 열리자마자 전체 좌석이 매진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는데.

구리하라 하야토 처음엔 티켓이 매진됐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관객들을 직접 만나 열기를 느끼면서 그제야 실감났다. 그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게 너무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순간은 마치 아이돌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쑥스럽고 부끄러웠다. (웃음) 지금도 많이 쑥스럽다. GV도 무대인사도 태어나 처음 하는 경험이다. 그중 질문 하나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맴돌았다. “청춘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받은 순간 처음으로 나만의 정의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히다카 유키토 코우의 정체성이 한국과 관련 있다 보니 한국 관객의 반응이 특히 궁금했다. 그래서인지 눈으로 몸으로 관객의 반응을 직접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GV 질문 수준도 무척 높았다. 코우가 선택을 강요받았던 순간들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많은 질문을 주셨다. 그때 코우의 삶이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특히 일본과 한국의 관객 반응이 너무 달라서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영화가 정치적인 내용을 다룰 때 일본은 개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관객 연령대도 더 높고. 그런데 한국은 내 또래 관객이 많아서 무척 놀랐다. 또 젊은 세대가 정치적 사안이나 시위, 집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해피엔드>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 실제로 GV에서 그런 공감이 피부로 와닿았다.

같은 시간 앞에 선 두 소년은

- 두 사람 모두 모델로 일을 시작했다. 응시, 표정을 많이 써온 시간이 영화 작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

구리하라 하야토 오디션을 볼 때 모델 일을 시작한 지 2개월밖에 안돼 무엇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래도 경험이 없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시선을 두는 방향이나 눈 깜빡이는 타이밍을 재는 게 어렵지 않았다. 오디션을 볼 때엔 최대한 내 모습 그대로 존재하려고 했다. 모델과 배우 일은 상당히 다른 감각을 요구한다. 모델은 대부분 혼자 작업한다. 카메라와 대치한 채 홀로 호흡하기도 한다. 반면 영화는 타인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고 같은 장면에서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히다카 유키토 오히려 이전의 경험에서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편이다. 모델 일을 하면서 익숙해진 방식을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연기에 필요한 것을 놓치는 것 같다. 무언가를 내세워야만 한다, 살려야만 한다고 계산하기보다 현장에 자연스레 녹여내려 하는 편이다.

- 두 친구는 각기 다른 성향을 지녔다. 유타는 “인생은 즐기면 그만”, “포기하는 순간 더 편해진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 사회변혁을 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열려 있는 듯 폐쇄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면 코우는 정의감이 강하고 재일교포라는 중요한 정체성을 지닌다.

구리하라 하야토 유타는 나와 비슷한 면모가 정말 많은 친구다. 모자 가정이라든지 테크노음악을 좋아한다든지. 그래서 인물을 분석하기 전에 ‘혹시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웃음) 특히 유타가 좋아하는 것들과 공통점이 많았다. 내가 유타에게 느꼈던 일체감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히다카 유키토 코우의 코어는 역시 재일교포라는 설정일 것이다. 타인과 내가 어떻게 구별되는지, 앞으로 내게 어떤 미래가 주어질지 막연한 상태로 오랫동안 고민하는 친구다. 소라 네오 감독님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전세계적으로 외국인 차별이 극심하다고. 사실 나는 재일교포가 아니고 외국인으로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코우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고 쉽게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상황에 나를 대입해보면서 정말 오래도록 상상을 했다. 그렇게 코우에게 다가갔다.

- 두 소년은 교장 선생님을 골탕 먹일 생각으로 그가 아끼는 비싼 자동차에 몹쓸 장난을 한다. 세로로 선 자동차를 실제로 본 소감은 어땠나.

구리하라 하야토 실제로 보면 더 놀랍다. (웃음) 크레인으로 세운 건데 그런 형태의 자동차를 처음 봐서 엄청나게 감탄했다. 장대했다.

히다카 유키토 영화적으로도 좋은 상징이 될 것 같다. (웃음) 임팩트가 정말 강렬했다. 우리는 영화 촬영 현장이 처음이라 한 장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힘을 모으는지 잘 몰랐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함께 발을 맞춰나가는 일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구리하라 하야토 시나리오로 읽을 때만 해도 컴퓨터그래픽으로 할 줄 알았다. (웃음)

- 처음 코우가 시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후미와 함께 시위 모임에 가면서부터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대화에 잘 끼지 못하지만 정작 그 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오묘한 감정을 표정으로 잘 표현했다. 클로즈업 앵글이었기 때문에 표정 묘사가 무척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는데.

히다카 유키토 특정한 디렉션이 따로 있던 건 아니다. 그저 코우의 시점으로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코우는 워낙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늘 자신의 자리를 궁리했을 거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내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지만 거기에 명확히 답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시위 모임에서 마침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지금까지 혼자만 소외감을 느낀다고 믿어왔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건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추는 기분이었을 거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안심도 되고. 그런 미묘한 지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 유타를 둘러싼 주변 친구들의 평가는 당사자가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토무(아라지)가 미국에 간다는 소식을 가장 뒤늦게 안 것도 유타고, 소꿉친구인 코우마저 그를 “어릴 적부터 변한 게 없는 녀석”이라고 말한다. 친구들 눈에 비친 유타는 어떤 모습에 가까웠을 거라 생각하나.

구리하라 하야토 아무 생각 없는 친구. (웃음) 하지만 정말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자기보다 주변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는 편에 가깝다. 유타는 어떤 일을 해도 꼭 친구들을 끌어당긴다. 함께하면 재미있으니까. 진짜 속마음을 내비치기보다 친구가 좋아할 것, 친구와 함께하면 더 재미있을 것을 우선하다보니 친구들의 오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타는 영화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의도치 않게 부엌에서 친구들의 생각을 듣게 된 날, 유타는 코우를 다시금 되짚는다. 오랜 시간 가장 가까운 곁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같은 것을 느껴온 친구가 언제 이렇게 자신과 다른 갈림길에 섰는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단 사실을 인지하면서 유타 또한 자신의 변화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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