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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동석 유니버스는 이렇게 진화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임대희 감독
최현수 사진 최성열 2025-05-01

상대가 누구든 한방에 잠재우는 마동석의 주먹을 감당할 적수가 더는 현실 세계엔 없는 것만 같다. 이제는 한없이 인간을 유약하게 만드는 영적 세계의 초자연적인 힘으로 눈을 돌릴 차례다. 상대가 강해진 만큼 그도 한 단계 진화했다. 악의 힘을 받아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하는 어둠의 해결사 바우(마동석)는 퇴마사 샤론(서현), 든든한 조수 김군(이다윗)과 팀을 이뤄 악의 조직을 소탕한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다크 히어로물 기반의 오컬트 액션영화다. 파격적인 장르 융합을 시도할 이야기꾼으로 20년 만에 상업영화 연출 데뷔에 성공한 임대희 감독이 낙점됐다. 마동석 유니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가 자아낸 오컬트와 액션간의 강력한 화학작용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대학 시절부터 동양철학과 샤머니즘에 관심이 많았다고. 2004년에는 굿과 무녀를 소재로 한 단편 <혼건지기 원혼>을 제작했다.

처음부터 샤머니즘이나 무속신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이 주는 고유의 울림에 끌렸다. 좀더 깊게 탐구하다 보니 무악에 당도하게 됐다. 특히 세습무의 씻김굿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이런 흥미가 <혼건지기 원혼>이라는 단편 제작으로 이어졌다. 장르적인 관점에서 소재를 풀고 싶어서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 동양철학과 샤머니즘을 향한 관심이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는가.

엑소시즘을 소재로 선택한 순간 필연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요소가 있다. 구마 의식에서 십자가를 빼거나 이름을 묻는 과정을 생략할 수 없지 않나. 서구 기독교의 영적 세계를 기반으로 삼지만 샤머니즘적 측면도 더하려 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샤론이다. 샤론은 퇴마사인 동시에 고대 사제의 모습을 띤다. 따라서 라틴어가 아닌 고대어를 주술 언어로 택했다. 또한 샤론이 행하는 6단계의 구마 의식이 씻김굿의 속성과도 닮아 있다.

- 오컬트와 마동석. 확고한 색을 가진 두 아이템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을 것 같다.

여러 아이디어를 더하기보다는 각 요소를 덜어내는 것에서 출발했다. 마동석 배우가 물리적인 힘과 영적인 힘을 모두 갖추고 극을 홀로 이끌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역할을 분담할 팀을 구성하면서 해답을 찾았다. 화끈한 액션은 바우가 소화하고, 영적인 능력은 샤론이 담당한다. 극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김군이 든든한 조수를 맡았다. 통상적으로는 사제와 악마가 일대일 구도로 대립하지만, 우리 영화에선 팀 단위로 구마에 나선다. 따라서 거대한 악의 조직이 등장시켜 대등한 규모를 구축하려 했다.

-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 영이 뿜어져 나오는 물리적 퇴마의 핵심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악마는 기본적으로 의식적인 존재다. 따라서 악마를 숭배하는 인간도 비가시적인 영적 존재에 육체를 빌려주는 격이다. 언뜻 실존하는 육체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영적인 전투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검은 연기를 주먹에서 내뿜도록 했다. 게다가 극이 진행되면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악마가 형체를 갖추게 된다. 검은 연기에서 출발해 실체를 갖춘 악과 대응하는 바우의 모습에 시각적인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 장르적 측면에서 전통적인 소재인 악마에 빙의 된 소녀를 앞세웠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야기이지만 차이가 있다. 기존의 영화는 악마들이 불특정 다수를 무작위로 택하여 빙의한다. 마치 초자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현상처럼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전부 실패로 돌아간다. 따라서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악의 조직은 새로운 방법으로 빙의를 모색한다. 이른바 조직범죄 같은 느낌이다. 이 지점에서 차별점을 가진 이야기가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인지 바우도 샤론도 악을 통해 특수한 능력을 얻는다.

흔히 구마 의식을 위해선 선한 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외로 천사는 무책임한 존재다. 영적 싸움에 개입하기보다는 관망하는 편이다. 지피지기라는 말처럼 악으로부터 힘을 얻은 이들이 악령에 짓눌린 사람의 고통을 훨씬 더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바우나 샤론도 악과 존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다. 이 지점이 히어로 서사의 트라우마와 공명하기도 한다.

- 개봉에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프리퀄 웹툰인 <거룩한 밤: 더 제로>가 꾸준히 연재되고 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방대한 세계관과 인물이 등장했다. 다만 영화의 특성상 설정을 전부 담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생략된 부분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프리퀄 웹툰이 등장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세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겪었고, 어떻게 팀을 결성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기에 좋은 방법이었다. 다만 두 매체의 특성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등장했다. 한컷에 한 장면만 들어가는 만화는 전투와 퇴마를 동시에 소화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각 인물의 개별 전투를 길게 풀어냈다. 하지만 영화는 한 장면 안에 둘이 공존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더 완성된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 장르의 특성상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연출은 필수다. 가장 중점을 둔 포인트가 있다면.

점프컷이나 잔혹한 이미지를 활용하기보다는 시공간을 확장해서 관객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서스펜스를 자아내려 했다. 현장에서는 “짜준다”는 수식어를 붙인 장면들이다. 사운드도 미세한 음성들이 맞물리는 선택을 했다. 자아와 악령 사이에서 고통받는 은서(정지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기록 영상을 활용해 두 자매의 전사를 함축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다양한 화질의 영상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데도 도움을 줬다.

- 빅펀치픽쳐스의 대표이자 제작자인 마동석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는가.

마동석 대표도 오컬트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후반작업까지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끊임없이 회의하고 밤에도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세심하게 영화 전반을 살폈다. 친절한 마동석 대표의 피드백 덕에 기꺼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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