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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과 결핍의 미학 - 애덤 엘리엇 감독이 말하는 <달팽이의 회고록> 제작 비하인드
이자연 2025-05-01

8년간의 제작 기간과 7천여개의 오브제, 13만5천장의 캡처. 이젠 다소 흔해진 AI 기술이나 컴퓨터그래픽 없이도 <달팽이의 회고록>은 부지런히 움직인 인간의 손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01.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 어떻게 컴퓨터그래픽 없이 만들까?

“우리에겐 뛰어난 소품(prop) 아티스트와 세트 제작자, 조각가가 중요한 자산이다. 200명의 캐릭터 베리에이션에 200개의 세트, 7천개가량의 달팽이 구성품을 만드는 데에만 16주가 걸렸다. 그사이에 어떤 컴퓨터그래픽도 더해지지 않았다. 실제로 길버트의 슬픔을 고조시켰던 불들은 노란 셀로판지를 활용한 것이다. 우리는 주로 전통적인 스톱모션 기술들을 선택하는데 먼저 노란색 셀로판지에 노란 불빛을 비춰 진짜 불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때 큰 유리판 위에 카메라가 아래를 향하도록 촬영하면 진짜 움직이는 불처럼 보인다. 하늘 위에 펼쳐지는 구름들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벽화 예술가가 직접 그린 것이다.”

02. 캐릭터디자인이 가장 까다로웠던 인물은?

“단연 핑키! 일단 캐릭터 자체가 역동적이라 수백개의 다른 눈과 입 모양을 만들어야 했다. 나이듦에 따라 머리칼도 점점 얇아져야 했는데 머리에 하나하나 구멍을 놓아야 해서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또 개성 넘치고 화려한 착장은 물론, 시종일관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기를 만들어야 했다. 핑키는 10점 만점에 10점으로 까다로웠다. (웃음)”

03. 모든 게 슈퍼 미니한 세상.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아이템은?

“이번 작업에서 가장 작았던 아이템은 ‘꿀벌 수염 대회’에서 우승한 핑키가 턱 주변에 대롱대롱 매달아둔 꿀벌들이다. 작은 꿀벌 몸통에 작은 날개를 단 과정을 생각해보라. (웃음) 그다음으로 힘들었던 건 바로 인물들의 눈동자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눈동자는 계속 위치가 바뀌고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작업을 하다보면 시력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04. 애덤 엘리엇 감독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왜 전형적인 귀여움과 거리가 멀까?

“내 캐릭터들은 그로테스크하다. 그 이유는 인물들이 각자 결핍을 지니고 있어 외형적으로도 완벽해 보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내 영화에서는 언제나 결핍이 중요한 키워드다. <달팽이의 회고록>에서 깨진 도자기를 이어 붙이는 긴츠키가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결함과 결핍을 예찬하는 것. 그것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 내 캐릭터들은 너무 정갈하고 예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완벽하지 않음이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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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해피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