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규칙적으로 배송된다. 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일정한 간격을 둔 불행들은 한갓지고 무료해질 때를 잊지 않고 찾아온다. 어쩌다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나는 날이면 박자를 잃고 한자 리에 쌓여버린 우편물처럼 한꺼번에 꾸역꾸역 밀려온다. 그레이스와 길버트의 컨베이어 벨트는 어린 시절 일찍이 고장났다. 이란성쌍둥이 형제인 둘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여의고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서툰 관심을 받으며 자랐다.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난 그레이스는 또래 아이들로부터 짓궂은 괴롭힘을 받았고, 그걸 지켜본 길버트는 악을 쓰고 형제를 위해 싸웠다.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쌍둥이는 엄마 뱃속부터 함께해온 시간이 무색하게 각기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이별을 맞이한다. 속도를 늦추지 않는 불행들이 쌍둥이에게 도달할 때마다 그레이스와 길버트는 숨 쉴 틈조차 없이 오롯이 혼자, 속절없이 모든 것을 감내한다. 애덤 엘리엇 감독이 그려낸 세계관은 기괴한 방식으로 농담적이고 장난스럽지만 동시에 음울하고 현실적이다.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한땀 한땀 빚어진 세계는 슬픔의 총량을 얼마만큼 정해두었을까. 마음의 안식처를 쉬이 찾기 어려웠던 두 아이는 응달 속에도 어떻게든 볕을 쬐는 키 작은 나무처럼 천천히 자라나고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 애덤 엘리엇 감독 인터뷰와 제작 비하인드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