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흘렀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진실은 아직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침몰의 원인부터 상식 밖이었던 구조 작업까지 풀리지 않는 의혹은 여전하다. <리셋>은 배민 감독이 참사 직후부터 9년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촬영했던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박근혜 정권의 취임부터 선체 인양까지. 익숙하면서도 가슴 아픈 이미지가 연대기적 서술로 제시된다. 사건을 기록한 시간 너머로 영화는 한 인물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2014년부터 유튜브 채널 <416TV>를 운영해온 유가족 문종택이다. 그는 매일 작은 카메라 한대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애도와 투쟁의 시간을 녹화하고 있다. 문종택 감독이 직접 촬영한 아카이브 영상은 지난해 영화 <바람의 세월>로 공개됐다. 10년간 진실을 위해 카메라를 들었던 그를 다시 카메라로 찍는 <리셋>은 바라보는 자를 기록하며 기억한다는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