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애니메이션 <스위밍>이 그려낸 ‘무의식’의 세계는 서새롬 감독의 말처럼 “모든 것이 자유롭고, 황홀한 곳”처럼 보인다. 감독이 직접 다이빙을 체험하며 느꼈던 쾌감에 기반해 X·Y축뿐 아니라 Z축까지 넘나드는 쾌락의 세계로 그려졌다. 반면에 이곳은 22세기의 인류가 타인의 무의식을 SNS라는 물신주의적 제도 아래에서 함부로 침범하는 전시의 장이기도 하다. 자신의 외면을 마음대로 바꾸는 기술로도 만족하지 못한 미래인들은 결국 타인의 무의식을 수영하듯 돌아다니는 ‘스위밍’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스위밍>의 “핵심은 자신이 무의식을 조작할지라도 그것조차 외부의 손길에서, 이른바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서새롬 감독은 무의식의 영역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 뇌과학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예전 같으면 으레 나올 법한 프로이트나 융의 논리를 넘어서서, 근래엔 뇌 스캐닝을 통해 뇌가 어떻게 기억과 자극에 반응하는지 훨씬 즉각적으로 알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스위밍>의 미래 세계관은 위와 같은 현대의 잣대를 넘어 기어코 “자아를 설계하는 무의식까지 조작하는 곳”으로 변모했다. 다만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이라 여겼던 무의식마저 타아에 의해 변하는 <스위밍>의 세계란 사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생활의 모습과도 밀접한 구석이 있다. “지금도 사람은 온갖 감각으로 스며든 외부의 이미지와 소리, 촉감, 대화, 인간관계 등에 휘둘리며 살고 있으나 무의식이 마치 나의 것인 듯이 믿고 있을 뿐”인 것이다.
서새롬 감독은 이러한 <스위밍>의 세계관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스위밍>의 세계관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가까웠다면, 이후엔 시리즈물로 세계관을 확장해 인물들의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가미하려 한다.” <스위밍>의 한 대사처럼 “마음의 변화는 나의 변화로, 나의 변화는 세계의 변화로 온다는 요지를 풀어보려 한다”라는 욕심이 있다. 이미 <세계의 희귀동물들>이나 <육식콩나물> 등의 전작들을 통해 특정 세계관 구축과 연장의 기틀을 쌓았고, 가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뮤직비디오로 비인간(고양이)들의 세계를 다면적으로 그려냈던 서새롬 감독의 거대한 <스위밍> 월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다만 현실적으로 분명한 제약은 있다. 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뒤 3D애니메이션 회사에 재직한 이후 2019년 무렵부터 개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동반자인 배이삭 미술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들다보면 “6분짜리 <육식콩나물>은 1년, 11분짜리 <스위밍>은 1년4개월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애니메이션 창작이란 쉽지 않은 일임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숏폼에 익숙한 시대라고 하나 재밌고 드라마 요소가 적절한 시리즈물을 몰아보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라며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한 서새롬 감독의 확장된 세계가 도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