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잘못 없는>은 명백하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중학생 도윤이가 가족에 대한 책임감, 원망, 애정을 느끼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변동이 담겨 있다. <다섯 식구> <국가유공자> 등 가족을 주제로 단편영화를 만들어온 박찬우 감독의 창작적 원동력은 대개 자신의 경험에 있었다. 본인을 포함해 4남매의 대가족 속에서 자란 박찬우 감독은 “부모님이 식당을 운영하시다 보니 4남매를 온전히 돌볼 수 없는 환경이었고, 누군가는 부모의 대리가 되어야 하며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이러한 기억으로부터 계속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아무 잘못 없는>의 도윤 역시 아프고 바쁜 부모를 대신하여 동생 지후를 돌봐야 하는 처지다. 가족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검도마저 조금씩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역시 박찬우 감독의 개인적인 일화와 연결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팔이 부러졌는데, 가족의 관심은 모두 더 아프신 할머니에게 가 있던 터라 제대로 팔을 치료받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했던 아픔이 있었다”라는 그의 솔직한 고백은 “하지만 크고 나서 누나나 다른 가족들과 이야기해보니 그때 나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더 깊게 새기고 있더라”라며 결국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가족의 형상으로 이어졌다. 이는 끝내 “가족 내에서 각자가 자기 역할을 완수하려는 책임감으로 인해 외려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실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란 말을 해주고 싶었다”라는 <아무 잘못 없는>의 이야기로 귀결됐다.
<아무 잘못 없는>이 품고 있는 시골의 풍경 역시 경상북도 청도에서 나고 자난 감독의 기억 에 기반했다. “아무래도 시골에선 가족의 일이 나의 일이 될 때가 많고, 그걸 제대로 못해냈을 때 나쁜 가족구성원이 될 때도 있다”라는 감독의 회상은 <아무 잘못 없는> 속 도윤이의 고민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청도에서 자라고 대구에서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는 박찬우 감독의 일상적인 고민이 자연스레 영화에 스며든 것이다. 이처럼 박찬우 감독은 흔히 비수도권의 영화를 일컫는 ‘지역영화’에 대한 소회 역시 나누었다. 동료 영화인들과 꾸준히 지역영화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최근 “지역의 문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태도를 이야기로 가지고 와서 지역 내의 자본으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테두리로 지역영화를 고심하고 있다. 한편 박찬우 감독은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장편영화 역시 대구에서 촬영하고 만들 예정이다. “아직은 내 경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를 건들기 어려운 터라 다음 작품도 경험에 기반한 작품이 될 것 같다”라는 그는 “동료, 커뮤니티, 영화적 기반 등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대구에서 최대한 오래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던 지역의 내밀한 가족 이야기는 박찬우 감독의 영화에 계속하여 그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