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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차별이니까, <마이디어> 김소희, 전도희 감독
이유채 사진 백종헌 2025-04-25

김소희, 전도희 감독(왼쪽부터).

<마이디어>에서 청각장애인 대학생 가을(전도희)을 괴롭히는 사람은 없다. 교수(박윤희)는 팀제인 졸업 작품 작업이 불편할까봐 그가 빠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함께 다니는 비장애인 친구들은 그에게 특별히 다른 대우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빠질 기회’와 입 모양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빠른 대화 속에서 가을은 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그런 가을의 감정적 허기를 채워주는 건 AI 앱 ‘마이디어’ 속 또래 남자다. <마이디어>를 처음 구상한 건 전도희 감독이다. 10대 시절, “만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한 광고 덕분에 AI에 저항감 없이 자라온 그는 AI와 인간의 감정적 연결에 관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지원에 뽑힌 뒤에는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동기이자 연기 전공인 자신과 다르게 연출 전공인 김소희 감독에게 공동 연출을 제안했다. “사랑의 이미지를 가진 소희라면 사랑과 밀접한 이 이야기”를 잘 만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소희 감독은 시나리오 피드백을 주는 자리인 줄 알고 나갔다가 뜻밖의 러브콜을 받은 거였지만 “개성 있는 내용과 좋은 캐릭터”에 즉각 오케이했다. “의미를 더해가는”(김소희) 작품을 함께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은 회의를 거듭했다. “장애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주인공의 태도 변화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전도희), “영화는 재판관이 아니라는 말을 곱씹으면서 어떤 인물도 판단하지 않고자”(김소희) 했다. ‘착한 차별’의 미묘함을 살리기 위해 실례를 많이 찾고 듣는 과정도 거쳤다.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대놓고 하는 차별보다 몰라서 하는 차별에 더 크게 상처받는다고 하더라. 이들의 느낌이 관객에게도 생생히 전달되었으면 했다.”(전도희) <마이디어>에서 가장 탁 트이는 연결감을 주는 순간은 남자가 가을의 언어를 배우는 장면이다.

전도희, 김소희 감독(왼쪽부터).

“이때 남자가 가을을 따라 손가락으로 아래턱을 툭툭 치면서 수어로 ‘진짜’라고 말한다. 우리 영화의 아름다움이 여기서 극대화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정말 그랬다. 친절하려고 하는데 그게 불편함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럼 친절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건 또 아니니까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답에 가까운 걸 얻었다. 바로 배우려는 마음이다.”(김소희) <마이디어>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왓챠단편상,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부문 등 수십곳의 영화제에서 상영 및 수상을 하며 ‘영화 하는 근력’을 기른 두 감독은 미래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한 상태고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결된다면 계속해도 된다는 뜻일 텐데 그런 인정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전도희) “고려인 4세인 아이와 조선족 2세인 아이가 함께 재즈를 하는 시나리오를 써두었다.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 사랑이 촉감처럼 닿는 밀접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김소희) <마이디어>가 그랬듯, 마음을 배우려는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스럽고 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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