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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좋아서, <라스트씬> 김효준 감독
최현수 사진 백종헌 2025-04-25

상업영화가 익숙한 아역배우 성미(장재희)는 이제 척 보면 영화가 완성될지 엎어질지 안다. 친구의 단편 출연 제안에 “돈이 안된다”던 성미의 거절은 씁쓸하지만 결코 낯설지 않다. <라스트씬>에는 “영화제에 냈지만 선택받지 못하면 휘발되고 마는” 단편영화의 현실과 작고 소중한 영화를 향한 애정이 공존한다. “영화에 출연하고도 결과물이 사라졌던” 순간을 마주했던 황재필 배우가 각본을 쓰고, 유사한 실패를 경험했던 김효준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라스트씬>은 공동 연출작 <클라운>의 연작으로 그 중심엔 아역배우 성미가 있다. 배우 장재희가 극 중 인물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구축한 나이테는 마치 <보이후드>의 단편 버전처럼 보인다. “황재필 감독은 처음부터 어린 성미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삼부작”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고. 배우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은 본디 배우인 황재필 감독만이 아니라 김효준 감독의 연출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찌감치 영화과를 박차고 나와 연기자들과 교류하며 영화를 배운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김효준 감독이 추구하는 연기 연출은 일명 “상태의 연기”다. 이는 “배우와 인물이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함께 짚어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철학은 “카메라나 매체가 배우의 정교한 감정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결단이 담긴” 특유의 롱테이크 기법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라스트씬>에도 미려한 롱테이크신이 등장한다. 툴툴대던 윤 감독(윤진)이 카메라를 잡고 영화를 찍는 장면을 물 흐르는 듯이 원테이크에 담았다. “결국 영화를 찍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관객이 보는 숏 바깥에 있는 것들,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간 풍경이 끊기지 않고 담기길 원했다.”

동시에 <라스트씬>은 영화 교육과 연계된 지역영화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청주영상위원회의 시네마틱 클래스 수업으로 모여 단편 제작에 나선다. 김효준 감독은 “제각기 다른 목표로 참여한 수강생의 지원 영상이 몽타주로 제시되는 부분”을 영화의 핵심으로 꼽았다. “거창한 목적이 없어도 사람들이 모여 결과물을 일구는 과정이 소중하다.” 두 감독의 동료를 향한 진심은 단편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과를 일궜다. <라스트씬>의 사운드트랙이 정식 앨범으로 발매된 것이다. 이는 “이명로 음악감독의 생일을 맞아 황재필 감독이 준비한 선물”이었다고. 단독 연출작 <자르고 붙이기>로 서울독립영화제 단편부문 대상, 칸영화제 쇼트 필름 코너 초청의 영예를 안았던 김효준 감독은 지난 1월 단편 <방랑자 환상곡>을 완성했다.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는 중학생이 레슨 중 의외의 피드백을 받고 방황을 겪는 이야기다. “내게 영화는 언제나 의문을 탐구하고 해소하는 여정이다”라고 고백한 김효준 감독은 여전히 풀지 못한 난제들이 많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중이다. 함께 만들고, 함께 되묻고, 함께 답하는 영화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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