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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의 타인의 우주]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1년이란 세월은 까마득히 길게 느껴지다가도 하룻밤 꿈처럼 휘리릭 지나가버리기도 한다.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씨네21> 칼럼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내가 이 연재를 시작할 자격이 있는가, 내가 관찰하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어떻게 하면 소중히, 진심으로 독자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혹여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적진 않을까 등등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쿵쾅대는 마음을 안고 시작했고, 많은 분들과 사계절을 보냈다. 그사이 개인적으로는 성장도 많이 했고, 배우기도 참 많이 배웠고, 무엇보다 여러분들의 생각과 계절들마다의 이야기가 참 궁금했다. 가끔 마주치는 분들이 칼럼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나 글을 읽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실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다. 새로 느껴보는 창작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론, 매우 만족이다. 어릴 때부터 숨어서만 쓰던 글을 용기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생각을 나누다 보니 어느샌가 나의 시야가 꽤 넓어져 있었다. 말이란 날카롭기도 해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는 첫 연재 글에 점점 더 책임감이 쌓여갔다. 이제 뭔가 좀 알아가는 듯싶었는데 이번 달이 마지막 호라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벌써 1년이 지났다고? 벌써 봄이라고? 그럼 마지막 인사로는 어떤 말을 전해야 하지? 등등 처음 칼럼을 시작했을 때처럼 수많은 생각을 했고 또다시 긴장감에 손에 땀이 흥건했다. (진짜다. 원래도 땀이 많은 편이지만 긴장할 때 나는 땀은 닦아도 닦아도 마르지 않는 싸늘한 땀이다.)

후회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남김없이 차곡차곡 적어 내려갔다. 우리 가족은 한달에 한번 나의 칼럼을 읽는 것이 낙이라고도 말해줬고, 지인들도 글에서 내 성격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 재미있다고 해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피드백이 정말 흥미로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쓴 글을 읽고 자신들의 엄마, 아빠, 할머니, 반려동물, 친구, 애인을 떠올렸다고 하면서 자연스레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서 수다를 떤 적도 많다. 그리고 결국 사랑에 대해서. 내가 너무 사랑 타령만 한 것 같아서 그게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나도 새삼 나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 나에게서 사랑이란 정말 큰 부분이구나 하며 말이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씨네21>, 그리고 그 기회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게 해주신 모든 독자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어디에서든 항상, 어떠한 음량으로도 이야기를 지속해 나갈 테니, 그 주파수가 맞는다면 우리 모두 어느 지점에서나 맞닿길 바란다. 모든 생명체는 소멸했다가도 어디에선가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물리적으로, 혹은 에너지적으로, 무슨 형태이건. 그 멋진 자생력이 모이고 모여 세월이 되고,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의 숨결은 마땅하기에 앞으로의 1년도 수북하시길 바란다. 지난 편에서 이번 글은 벚꽃라떼를 마시며 만날 수 있길 소망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핫코코아를 끊지 못했다. 겨울이 미련이 남았는지 눈이 오는 바람에 옷은 다시 두꺼워졌지만, 머지않아 꽃향기는 진해질 것이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김민하의 타인의 우주’를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독자 여러분의 모든 순간이 찬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