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친구가 가족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곤 한다. 서열 다툼이 우선시되는 유성공고에서 지우(신수현)와 희원(윤상정)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스터디그룹에 들어간다. 회를 거듭할수록 둘은 우정을 쌓아가는 한편 의외의 면모를 드러낸다. 동생의 방황으로 힘들어하던 지우는 점점 웃음을 되찾고, 소심하게만 보이던 희원은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놀아주는 여자>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활약한 신수현, <너의 시간 속으로> <어른애들> 등에 출연한 윤상정은 오디션을 통해 <스터디그룹>에 합류했다. 작품에서 서로를 처음 알게 됐지만 지우, 희원과 마찬가지로 누구보다 절친한 동료가 되었다.
- 지우는 유도 기술을 보유해 싸움에 능한 반면 희원은 스터디그룹 내 유일한 비전투 멤버다.
신수현 그래서 액션에 제일 많이 신경 썼다. 예전부터 제대로 된 액션 연기를 꿈꿔오기도 했었고. 와이어를 사용했지만 실제로 상대를 들어 올려야 했기 때문에 웬만한 남자들도 지우의 액션을 소화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역을 쓰고 싶지 않아서 대부분 직접 소화했다.
윤상정 희원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액션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평면적으로 표현하고 싶진 않았다. 부모님이 정해놓은 규율 안에서 올곧게 자란 친구인데 그에게 자극제와 다름없는 스터디그룹 친구들을 만난 뒤로 어떻게 변화해가고, 또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이들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고려하며 연기했다.
- 지우와 희원이가 스터디그룹에서 가장 크게 얻은 건 무엇일까.
윤상정 지우는 희원이가 학교폭력을 당할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친구다. 그런데 희원이에겐 지우를 지켜줄 힘이 없었다. 부모님의 권유대로 전학을 간다면 지우에겐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사라질 테니 지우와 함께 지낼 동료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언니 울어요?
신수현 (눈물을 글썽이며) 듣는데 갑자기 울컥하네.
윤상정 (서로 다독이며) 처음엔 지우를 위해 스터디그룹에 들어가지만 결과적으로 희원이도 변한다. 자신보다 훨씬 자유로운 친구들을 만났고 어쩌면 자신도 잘 몰랐을 내재된 본능이 깨어나면서 희원이의 시야도 한층 넓어졌다.
신수현 지우도 마찬가지다. 전엔 특별히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우 덕에 스터디그룹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과 다름없다. 고마운 마음 때문인지 지우는 희원이에게 화 한번 안 낸다. 희원이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지우에게 다시 같이 공부하자고 회유하기 위해 찾아가는 신이 있는데….
윤상정 촬영 시작 전부터 마주 보고 울었다.
신수현 우는 장면이 아닌데도 눈물이 나더라. 함께하면서 감정이 많이 쌓였구나, 내가 상정이에게 엄청 의지하고 있구나 싶었다.
- 촬영하며 가장 도전이었던 부분을 꼽는다면.
신수현 지우가 처음 등장하는 3화의 장면들이 그랬다. “까꿍이다!”로 시작하는 대사가 <스터디그룹> 원작에서 중요한 밈이라 잘 소화하고자 했고, 또 희원이와의 관계도 잘 그려보고 싶었다.
윤상정 스터디그룹 멤버인 가민(황민현)의 전학을 막기 위해 가민이 어머니에게 임신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극 후반부에 나오지만 촬영 자체는 가장 먼저 했다. 배우들과 제일 어색할 때 말이다. (웃음) 이 장면에서 희원이가 그저 선 넘은 애로 염려돼서 어떻게 하면 엉뚱하면서도 순수함을 지닌 친구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밖에 3화에서 지우의 약점이 담긴 USB를 지키기 위해 크게 소리 지르는 장면. 연극 외의 작품에서 그 정도의 성량을 내본 적이 없어서 나름 쾌감이 있었다.
- 작품을 보다 보니 둘의 학창 시절이 궁금해졌다. 10대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 스터디그룹 멤버들처럼 당시 간절히 원하는 게 있었나.
신수현 여중과 여고를 졸업했다. (세수하는 손동작을 하며) 비비크림도 세수하듯 바르고 머리도 학교에서 감는 등 아주 털털하게 학교를 다녔다. 하고자 마음먹은 건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이다. 특성화고 회계과를 졸업했는데 당시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보유한 자격증이 12개다. 그때부터 악바리 근성이 있었기에 지우의 액션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윤상정 예고 출신이라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연기와 작품 얘기를 자주 했다. 돌이켜보면 뭘 그렇게 심각했나 싶기도 한데. (웃음) 배우가 간절히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하고 나서 경력이 쌓이면 이 정도 역할을 하고, 그다음에 청룡영화상에서 상을 받는 장밋빛 인생을 그리며 나의 미래를 꿈꿨다.
- 각각 아이돌 연습생, 국민대학교 법학부 진학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신수현 당시에는 아이돌 연습생을 하다 연기자로 전향하는 게 일종의 트렌드였다. 나도 처음엔 연기가 하고 싶어 회사에 들어갔지만 8개월가량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했고,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러다 꿈을 접으려던 찰나에 ‘딱 3년만 연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6년이 흘렀다.
윤상정 고등학생 때부터 교내에서 올리는 작품의 배역을 따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몇 차례 낙방하면서 내 노력과 비례해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중에 선택받지 못해 연기하지 못하는 순간이 와도 후회 없게끔 연기 외적으로 잘하는 걸 만들어놓고 싶었다. 법학부로 진학하긴 했지만 연기의 꿈을 잊은 적은 없다.
신수현, 윤상정 배우가 꼽은 서로의 명장면
신수현 “3화에서 희원이가 욕하며 소리 지르는 장면. 현장에서 모니터링했는데 와, 정말 너무 잘하는 거다! 희원이의 광기가그대로 전달됐다. 상정이가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걸 깨달았다.”
윤상정 “두 장면을 꼽고 싶다. 첫째로 지우가 벽을 딛고 공중돌기를 하는 장면. 대기하면서 현장을 보고 있었는데 수현 언니가 공중돌기를 한번에 성공한 거다. 언니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체감이 됐다. 둘째로 가민이가 엄마, 선생님과 전학 갈 학교 후보를살피는데 가민이 성적이 기준에 미치질 못해 고민하는 장면. 밖에서 지켜보던 희원이가 ‘가민이가 공부 못해서 다행이야!’라며지우를 껴안는데, 지우가 상황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쨌든희원이가 좋다고 하니까 덩달아 활짝 웃는다. 이전까진 한번도그렇게 웃은 적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