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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캐리온> <엘튼 존: 네버 투 레이트> <블랙 도브>
김현승 조현나 김소미 2024-12-20

<캐리온>

넷플릭스 / 감독 자우메 코예트 세라 / 출연 태런 에저턴, 제이슨 베이트먼, 소피아 카슨, 대니얼 데드와일러 / 공개 12월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무선 이어폰 시대의 <폰부스> 혹은 크리스마스 한철 장사

연말 분위기로 가득한 크리스마스이브. LA 공항은 사랑하는 사람과 근사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보안 요원 이던(태런 에저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경찰 시험 최종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자괴감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기쁜 소식마저 열등감으로 변질시킨다. 꿈을 포기하고 간신히 승진의 기회를 얻은 그때, 정체불명의 전화 한통이 그에게 걸려온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협박한다. 딜레마에 빠진 이던은 미세한 소리를 단서 삼아 협박범과 두뇌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캐리어 속 내용물이 러시아제 화학 살상 무기로 밝혀지며 사건의 규모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캐리온>은 리암 니슨, 드웨인 존슨 등 수많은 액션 스타들과 블록버스터 내공을 쌓아온 자우메 코예트 세라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킹스맨>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은 태런 에저턴이 주연으로 함께한다. 주인공이 수화기 너머로 협박을 받는 기본 설정은 2000년대 웰메이드 스릴러 <폰부스>를 연상시킨다. 비좁은 공중전화 부스에 갇힌 콜린 패럴과 달리 무선 이어폰을 활용해 넓은 행동반경을 허락한 점이 눈길을 끈다. 감독은 넓은 공간과 대형 교통수단을 활용해 자신의 전매특허인 고속 액션신을 수준급으로 뽑아내는 데 성공한다. 인물의 행동에 제약을 가할 때 나타나는 심리묘사가 얕아졌지만 충분히 값진 등가교환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와 서사 전개가 ‘연말 영화’의 검증된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계가 한마음이 되는 축제 시즌에 OTT 플랫폼이 할 수 있는 가장 영리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김현승 객원기자

<엘튼 존: 네버 투 레이트>

디즈니TV+ / 감독 R. J. 커틀러, 데이비드 퍼니시/ 출연 엘튼 존, 버니 토핀, 존 레넌, 두아 리파/ 공개 12월1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노래가 끝나도 나의 삶은 계속되니까

영국의 가수 엘튼 존은 마침내 노년기에 접어든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 결과로 음악 작업은 계속하되 남편, 두 아들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투어 공연에선 은퇴하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중심으로 유년기 시절부터 이어져온 엘튼 존의 필모그래피가 연대순으로 펼쳐진다. LA로 진출한 뒤 영국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공으로 이끌어준 공연들, 작사가 버니 토핀, 가수 존 레넌과 협업해 이룬 성과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큰 사랑을 받은 히트곡들, 매니저의 학대, 약물중독, 성소수자 커밍아웃을 위한 고민과 같은 주제가 다큐멘터리에 솔직하게 담겼다. 한 스타가 자신의 전성기를 돌이켜보며 당시의 심정을 내밀하게 공유하는 태도는 인상적이지만, 엘튼 존의 전기영화 <로켓맨>을 본 관객이라면 다수의 내용이 중복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엘튼 존의 남편 데이비드 파니시가 R. J. 커틀러와 공동감독으로 참여했다. /조현나

블랙 도브

넷플릭스/ 6부작 / 감독 해리 먼데이 / 출연 키라 나이틀리, 벤 위쇼, 세라 랭커셔/ 공개 12월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외교관>과 <킬링 이브>의 오묘한 결합

외피를 둘러싼 컨셉보다 그 디테일이 매력적인 스파이 스릴러이자 로맨스다. 상대가 누구든 최고 입찰자에게 국가기밀을 넘기는 영국 스파이 단체 블랙 도브의 일원인 헬렌(키라 나이틀리)은 정치인 남편과 결혼해 정부의 고급 기밀을 빼돌리고 있 다. 문제는 남편이 곧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되어 임무가 길어지고 있으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를 헬렌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얼마 전 헬렌의 숨겨둔 연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이다. 사건은 곧 중국 대사의 죽음까지 얽혀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향한다. 서두에서 밝혔듯 <블랙 도브>는 플롯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보다는 냉소적 유머가 깃든 대사, 비틀린 매력과 사연을 소유한 캐릭터들을 통해 본연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신분을 속이고 사람을 죽이는 이 직업 선상의 인간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려 들 때 인생은 어떤 고약한 농담을 던질까. <블랙 도브>는 피와 총성이 더해질수록 흡인력을 발휘한다. /김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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