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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진난만함이라는 나만의 힘, <힘을 낼 시간> 현우석
박수용 사진 오계옥 2024-12-19

“힘을 내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힘을 낼 시간>을 찍으며 그 용기를 얻었다.” 힘을 내라는 허울뿐인 응원을 거부하는 현우석에게서 상처를 기꺼이 마주하며 진심 어린 공감을 건네고자 하는 어른스러움이 듬뿍 묻어나왔다. 그의 온기는 금전적 위기에 처한 전직 아이돌 태희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되었을 법하다. 언제나 서글서글하게 웃음 짓는 태희 내면의 고뇌와 깊은 배려심은 현우석의 눈결에 담겨 스크린 너머에 뭉클한 파동을 전한다.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실히 귤을 따던 태희처럼, 작품마다 한 걸음씩 우직하게 이어온 현우석의 수확이 풍요롭다.

- 2022년 <씨네21>과 인터뷰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지난 2년여간은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한 듯하다.

2022년 드라마 <치얼업>을 찍은 후 한동안 독립 장편영화 <빅슬립> <돌핀> <힘을 낼 시간> <너와 나의 5분>을 연이어 작업했다. 진정성 있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자 마음을 다잡던 중에 진중한 작품들을 만나 열심히 참여했다.

- <힘을 낼 시간>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치얼업>을 마무리한 후 곧이어 <힘을 낼 시간>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제주도라는 공간이 주는 신비로움도 있었지만 내레이션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시나리오도 처음이었다. 특히 밝은 성격과 정서적 깊이를 동시에 지닌 태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평소 무해한 것들을 무척 좋아한다. 태희가 무해한 웃음을 가진 친구 가 아닌가. (웃음)

- 남궁선 감독도 태희의 무해한 웃음에 현우석 배우의 해맑음을 겹쳐 보았다고 밝힌 바 있다. 남궁선 감독과 인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감독님이 나를 정말 많이 믿어주셨다. 아직도 현장에서 감독님이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우석아, 네가 어떤 것을 해도 다 좋아. (내가) 거기서 최고를 뽑아낼 수 있어.” 그 말이 정말 큰 믿음을 전해주었다. 조금 더 힘을 빼고 자유롭게 참여한 작품이었다. 인물을 만들어가면서도 무언가를 창조하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태희의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을 꿈꿔왔다고 들었다. 아이돌 데뷔를 위해 학창 시절을 희생해온 태희의 상황에 더 잘 이입할 수 있었을까.

태희의 인생에는 아이돌이라는 목표밖에 없었다. 그 목표를 향해서 얼마나 열심히 달렸을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왔을지 깊이 공감했다. 태희는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활동을 했기에 그간 다져진 감정과 멘털리티의 깊이가 다를 것이다. 밖으로는 밝고 순수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얼마나 어른스러운 모습을 품고 있을지가 선명히 그려졌다.

- 영화의 첫 장면부터 태희는 천진함을 발산한다. 심란한 표정의 수민(최성은)과 사랑(하서윤)의 뒤에서 태희는 선글라스를 낀 채 사진을 찍으며 걸어온다. 태희의 첫인상이 관객에게 어떻게 남았으면 했나.

흔히들 공항 패션이라고 부르지 않나. 태희가 평소에 공항 패션을 자주 상상하고 경험해보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촬영 당시 처음에는 선글라스를 티셔츠에 걸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쓰는 게 더 멋있고 태희답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님께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촬영본을 보니 확실히 뭔가 아이돌스럽고 멋을 많이 낸 느낌이더라. (웃음)

- 구김살 없는 태희의 태도는 어쩌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방어기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희가 웃음의 외피를 두른 이유는 무엇인가.

작중 “미안해하지 않으면 논란이 생긴다”는 내레이션이 있다. 아마 태희도 그간 웃지 않아 오해받는 상황을 자주 겪지 않았을까. 나 또한 웃지 않으면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다 보니 더 잘 이해됐다. 혼자서 웃는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웃고 싶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경지가 되지 않았을까.

- 항상 밝았던 태희이기에 그가 속마음을 드러내는 바닷가 장면이 더욱 마음 시리게 다가온다. 정서적으로도, 로케이션의 특성 때문에도 힘든 촬영이었을 것 같다.

그날따라 유독 추웠던 기억이 난다. 바닷물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모래섬 위에서 촬영해야 했기에 시간 엄수가 정말 중요했다. 스태프들도 모두 점프슈트를 입은 채 물에 거침없이 들어가며 힘들게 촬영해냈다. 그 에너지를 받아 어떻게든 이 장면을 무조건 해내야만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후 편집본을 봤더니 태희가 물 위에 누워 있는 장면이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 점차 물이 태희의 주변으로 차오르며 태희의 감정도 함께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무척 아끼는 장면이다.

- 언제나 친구들을 아끼고 위하는 태희이지만 이날 바다에서는 수민에게 상처입히는 말을 뱉는다. 발언 직후 태희의 감정은 어땠을까.

너무 오랜 기간 친하게 지내다 보면 가끔은 실수도 하는 것이 친구 관계 아닐까. 항상 조심하는 태희이지만 가장 불안한 심정이었을 이때만큼은 수민에게 칭얼거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이 대사는 공격하는 말이 아니라 수민을 걱정하는 의미지만 어쩌다보니 날카롭게 튀어나온 것이라는 해석을 직접 적어 넣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를 바로 인지하고 사과하는 태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수민과 사랑, 태희처럼 서로를 조건 없이 위하는 관계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관계의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했나.

사람과 사람이 각자의 꺼풀을 벗고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가장 힘든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중반부에 “어떤 일들은 아주 가까이에서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라는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여행을 통해 가까이서 발견한 서로의 솔직한 모습들은 각자의 감정을 마주하고 더욱 끈끈하게 뭉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결이 맞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해진 사람들이 아닐까. 태희도 그렇지만 사랑이도 수민이도 너무 다정하고 따뜻한 친구들이어서 셋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 태희는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명상으로 대응한다. 현우석 배우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고민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생각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괜히 더 생각나지 않나. 그래서 운동을 많이 하며 생각을 억누르려 한다. 또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서 마음을 솔직히 얘기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고민의 크기를 줄이고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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