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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에겐 자기만의 적이 필요하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글·사진 이유채 2024-11-15

일어나자마자 요리해서 아침을 챙겨 먹고 직접 내린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착석. 은퇴한 노교수 와타나베 기스케(나가쓰카 교조)의 하루는 아내와 사별한 뒤에도 문제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그는 불안하다. 루틴을 지켜낼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저축한 돈은 언젠가는 바닥날 것이다. 차라리 삶을 스스로 정리하자고 마음먹었을 때쯤 그에게 뜬금없이 ‘적이 온다’라는 정체 모를 메시지가 도착한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종이달>을 연출한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이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이후 영화제 최고상인 도쿄그랑프리/도쿄도지사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편집자). ‘적(敵, Teki)이 온다’라는 뜻의 <Teki Cometh>는 노화와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적과 맞닥뜨린 한 노인의 말로를 다룬다. 요시다 다이하치는 노인이 잠깐씩 생의 의지를 되찾는 그 순간에 주목했다.

- 코로나19 팬데믹 때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 <>(敵, 1998)을 다시 읽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그렇다. 나는 늘 지금의 내가 가장 관심 있는 소재를 깊이 탐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을 다시 읽을 당시의 나의 화두는 일본 사회와 내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그런 내게 인생의 끝자락에 와 있는 남자의 이야기는 화두를 들여다보기에 적절한 텍스트였다. 이 소설이 지금 내 눈에 다시 띈 것이 운명적으로까지 느껴져서 영화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 데뷔작 <겁쟁이라도, 슬픈 사랑을 보여줘>에서부터 <Teki Cometh>까지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각색할 때 무엇을 주의하나.

이야기의 세부 사항이 아닌 책을 읽은 직후의 내 감정을 영화에 담는다. 그래서 종종 원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작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내가 이해한 대로 영화를 만들겠단 원칙을 고수한다. 원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이 한 사람의 삶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Teki Cometh>에서 와타나베의 일상을 상세히 묘사했다.

- 흑백영화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씨네21>과 <종이달>에 대한 인터뷰에서 파스텔 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한 적 있는데, 혹 관련이 있나.

내가 그렇게 말했었나. (웃음) 하여간 맞는 말이다. 여전히 나는 명확한 톤을 선호한다. 흑백으로 간 이유에 대해 답하자면 균열을 겪는 사람의 삶을 선명히 표현하기 위해선 흑백의 강한 대비가 필요했다.

- 와타나베가 꿈을 꿀수록 영화는 점점 더 스펙터클해진다. 꿈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택한 이유는.

늙을수록 신체적 한계로 욕망을 실현할 능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그 격차를 상상과 꿈으로 채우곤 한다. 그걸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또 노인이 되면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자주 떠올리는 동시에 방금 먹은 것조차 잊어버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겪는다. 꿈이나 상상 속에서 사는 것 같은 상태에 들어서는 거다. 그런 상황 역시 영화에 담고 싶었다.

- 와타나베를 공격하는 적을 모호하게 처리했다. 적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일부러 열어둔 것 같지만 힌트를 조금 준다면.

적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장애물, 도전, 목표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들은 살아야 할 의지를 갖게 하는 데 필요한 무언가다. 예컨대 와타나베를 연기한 노년의 배우 나가쓰카 교조는 힘든 영화작업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활력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에게 영화는 적과 같은 역할이었을 거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에겐 자신만의 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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