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한지은)의 사랑은 험난하기만 하다. 선우(이동휘)와 꿈같은 결혼을 앞두고 선우의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계획이 전부 어그러진 것이다.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선우가 아버지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시켜야 하는데, 의식이 없는 아버지를 두고 상황을 진전시키기란 쉽지 않다. 점점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선우에게 우정은 걱정만큼이나 서운함이 쌓여간다. <멜로가 체질> <배드 앤 크레이지> <개미가 타고 있어요> 등 드라마에서 활발히 활약하던 배우 한지은이 <결혼, 하겠나?>의 주역으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났다. N차 관람한 관객들과 나눈 대화를 들려주며 한지은은 <결혼, 하겠나?>를 통해 자신이 얻은 에너지를 상기했다. 나아가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변함없이 선우에게 최선을 다하는 우정에게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애정을 아낌없이 펼쳐내는 그의 모습은 영화 속 우정과도 닮아 있었다.
- 우정이란 인물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 항상 선우의 편이 되어주는 모습에서 남다른 깊이의 사랑이 느껴졌다.
그래서 너무 판타지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우정의 성정이 멋있었다. 우정은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선우를 마음을 다해 위해주고 지켜주고 싶어 한다. 그만큼 사랑에 열정적이고, 일에서도 오로지 본인 힘으로 하나씩 이뤄나가려 한다. 카페 사장님의 분점 운영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편하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겠지만 우정은 그게 사랑을 저버리는 행위이자 일종의 요행이 될 수 있다고 여겨 결국 거절한다. 우정은 스스로 떳떳하고 정의롭다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인물인데 그 점이 내가 지향하는 바와 비슷했다. 그래서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 극 중 배경이 부산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장면이 부산에서 촬영됐다. 그만큼 디테일한 사투리 표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인상이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웃음) 두달간 선생님에게 따로 수업을 받고 선생님이 보내준 녹음 파일을 반복해 따라하며 익히려고 했다. 감독님이 부산 출신이라 현장에서 세부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우정이 선우와 병원 벤치에서 말다툼하는 신을 찍을 땐 정말 어려웠다, 선우를 배려하느라 참아왔던 감정들이 터져 나오는데 그럼에도 선우를 위해 화를 참으려 하고, 이해해주려 하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신이었다. 감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투리를 어색하지 않게 수행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 말다툼하는 장면 외에도 우정은 대부분의 신에서 선우와 함께한다. 이동휘 배우와 합을 잘 맞추는 게 관건이었겠다.
이동휘 배우도 나도 낯을 많이 가린다. 초반에 먼저 용기내 다가가 “인스타그램하세요?”라고 물은 뒤론 다행히 빠르게 가까워졌다. (웃음) 이동휘 배우에게선 기본적으로 묵직함이 느껴진다. 웃긴 것과 별개로 텐션이 높지 않고 어떤 면에선 무뚝뚝해 보이기도 하는데 알고 보면 배려심이 깊다. 촬영 전에 몇번 만나 대본 리딩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 이동휘 배우가 굉장히 리드를 잘해줬다. 현장에서도 “편하게 해, 자유롭게 해, 내가 알아서 맞출게”라는 말을 자주 해줬기에 언어적으로 사투리를 신경 써야 하거나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 오랜만의 영화 출연작이다. 임하는 입장에서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독립영화로 연기를 시작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친정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찍으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강해졌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작품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창조해 관객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 영화, 드라마 그리고 배우가 해야 할 역할이다. 앞으로도 좋은 시나리오의 독립영화가 있다면 계속 참여하고 싶다. 더불어 독립영화가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 신인 시절 활동을 그만두고 스피치 강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연기 생활을 그만뒀나. 그리고 무엇이 다시 연기를 시작하도록 만들었나.
사실 떠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려서 더 과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연기가 싫었던 적은 없지만 막상 프로의 길에 들어서니 덜컥 겁이 났다. 배우로서 연기 외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고, 나를 잃어버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을 거란 두려움이 컸다. 그렇게 스피치 강사 일을 시작했는데 자리를 잡아갈수록 이상하게 도태되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지 고민해보니 점점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멀어진다고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내가 정말로 연기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연기를 시작한다면 그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을지 반년 가까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지금은 배우의 길로 다시 들어선 것에 전혀 후회가 없다. 매 순간이 즐겁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친 와중에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끝없이 이어진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역할, 장르를 해보고 싶다. 내가 가진 다양한 면모를 꺼내 여러 인물로서 살아볼 수 있는 것이 배우가 가진 특권이자 이 일의 즐거움이다.
- 공개 예정된 차기작이 여럿이다. 배우 한지은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그동안 밝고 사랑스러운 인물을 자주 연기해왔는데 차기작에서 맡은 캐릭터들은 그와는 결이 다르다.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에서는 형사 주영을 연기한다.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 이후로 오랜만에 진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별들에게 물어봐>에서는 미래그룹의 후계자이자 공룡(이민호)의 약혼자 최고은 역으로 등장한다. 평소 자기 의견을 쉽게 굽히지 않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만큼은 약해지는 면이 우정과 비슷한데, 그래도 훨씬 강한 성격을 지녔다. 드라마 <스터디그룹>에선 선생님 이한경 역을 맡았다. 대하기 어려운 각양각색의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들어가 아이들을 좀더 올바르게 잡아주려 분투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