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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께 걸으면 더 먼 길을 갈 수 있어,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배우 정하담
정재현 사진 최성열 2024-11-05

<검은 사제들>의 무당, <주여!>의 구원을 바라는 개신교 신자, <신세계로부터>의 화신교 신도 명순,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의 악마 그레모리까지. 정하담은 종교와 한몸인 여성을 자주 연기했다. 그런 정하담이 이번 작품에서는 일본어를 공부하다 그만 일본 신을 접해 종교부 동아리실에 사당을 차려버린 고2 민주로 분했다. “처음엔 현정 역을 제안받았다. 막상 시나리오를 읽으니 민주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래서 ‘혹시 민주를 연기할 수는 없는 거냐?’고 의견을 내보았다. 다행히 감독님도 민주가 나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흔쾌히 역할을 바꿔주었다.” 이후 김민하 감독의 단편영화를 모두 찾아본 정하담은 “진중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내게, 통통 튀고 발랄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님이 출연을 제안하는 기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종교 말고도 정하담이 출연한 수많은 작품과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영화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마구 섞어 쓰는 민주는 능통한 일본어 문장을 구사했던 <밀정>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겹친다. 정하담은 “자연스러운 일본어 대신 애니메이션 더빙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김민하 감독의 디렉션에 따라 “민주가 관심 가질 법한 ‘주술’이 제목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주술회전> 시리즈를 찾아봤고, 민주의 외양을 잡기 위해 오래전 읽었던 <카케구루이>의 유메코를 기억 저편에서 재소환했다. 정하담은 올해 초 방영된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에 이어 연속으로 관객들에게 고등학생 연기를 선보인다. “고등학생으로 나와도 불우한 사정으로 학교에 재학할 수 없었던 지난날과 달리 30대에 접어들자 비로소 친구도 있고 교실 책걸상에 자리도 있는 학생을 연기하게 됐다. (웃음)”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 <피라미드 게임>에 이어 정하담에게 또 한번 또래 여성배우들과 현장에서 복작대며 연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평소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여 인생의 여러 측면을 이야기하는 앙상블 영화를 재밌어하”는 정하담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찍는 동안 “배우들과 연기 이야기를 나누며 배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던 경험을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회상한다. “다만 그때는 내가 막내였다면, <피라미드 게임>부터는 맏언니가 됐다. 이전 작품에서 언니들이 나를 챙겼던 것처럼 부족한 말주변이나마 친구들을 챙기려 노력했다.” 정하담은 최근 카메라 밖에서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동료 배우들과 연기 스터디를 조직해 유지 중이다. 연기가 좋은 동시에 겁이 나던 시기가 있었다. 연기를 직업으로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 방법을 몰라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스터디를 하며 배우를 꿈꿨던 시기의 초심을 다시 맛봤다. 연기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마침 영화 속 민주도 3학년 언니들을 만난 이후 삶이 비로소 즐거워졌다.

하담 선배가 민주에게

“민주야. 언젠가 네가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숨바꼭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네 학창 시절에 슬픈 순간이 많았겠지만, 선배들과 함께한 이틀을 떠올릴 때마다 기쁨과 힘을 얻으면 좋겠어. 넌 아직 2학년이지. 숨바꼭질 이후 네가 보낸 세강여고에서의 마지막 1년도 잘 지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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