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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천만영화’, <파묘> 부산 제작기
조현나 2024-10-25

극장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24편의 한국영화 중 무려 13편의 작품이 부산영상위원회와 함께했다. 최근 천만 관객을 모은 <서울의 봄> <파묘>를 비롯해 <국제시장> <도둑들> <부산행> <변호인> <베테랑> <신과 함께: 죄와 벌> <해운대> 등이 그 목록이다. 한국영화계의 부흥과 나란히 걸어온 부산영상위원회의 궤적을 돌아볼 때다. 그 중 앞서 만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해운대>를 제외한 일곱 작품의 부산 제작기, 부산 촬영에 얽힌 주요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만나본다. <변호인>뿐 아니라 <강철비>까지 부산과 연이 깊은 양우석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80년대 풍경을 악착같이 찾다 보니 나왔던 공간”으로 부산을 설명하며 부산영상위원회의 제도를 두고 “부산영상위원회는 네거티브 시스템 문화를 정착시킨 한국의 공공기관 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천만 영화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는 부산의 힘을 느껴보자.

오컬트 장르인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2월 비수기에 개봉해 2024년 개봉작 중 첫 천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주목할 만한 결과다. <파묘>는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거액의 의뢰를 받아 한 묘를 이장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묘>가 특유의 거침 없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로케이션을 헌팅한 끝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내고 배경의 소품 하나까지 꼼꼼하게 계획한 제작진의 노력 덕이었다. 부산 로케이션의 촬영 신이 많진 않았음에도 극 중 묫자리를 기장 도예촌에 위치시킴으로써 영화 속 주요 장면들이 부산에서 완성됐다. <파묘>에 참여한 박형진 PD, 이모개 촬영감독, 서성경 미술감독, 이성환 조명감독이 당시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백두대간의 산자락을 부산에서

이모개 촬영감독은 <대호> 촬영 때 몇번 장소 헌팅을 다녀와 기장 도예촌을 잘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보존이 잘되어 있는 곳이다. 장재현 감독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 실제 촬영일에 무속 자문이었던 고춘자 선생님이 현장에 와서 땅을 밟아 보더니 ‘이 땅에 기운이 있다’고, ‘범상치 않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이모개 촬영감독)

<파묘>의 제작진에겐 “음산한 묘를 어디에 둘것인지가 중요한 화두”(박형진 PD)였다.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약 1년 전부터 200개가 넘는 전국의 산을 전부 조사하고 찾아다녔다. “백두대간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촬영을 위한 접근이 가능한 곳이어야 했는데 그런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박형진 PD) 제작진이 최종적으로 정한 곳은 부산의 기장 도예촌이었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스튜디오를 지으려고 준비 중인 부지가 있었고 <파묘> 제작진은 최종적으로 해당 부지 뒤쪽의 땅을 섭외”(박형진 PD)했다. 박형진 PD는 “그 부지가 없었으면 제대로 촬영을 마치지 못했을 것”이라며 도움을 준 부산영상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에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험한 것’의 묘, 이렇게 완성됐다

작중 주인공들이 의뢰를 받은 박근현의 묘는 “약 200평의 넓은 부지에 흙을 쌓아 2m 정도로 지대를 높이고 몇달간 조경 작업을 진행해 오픈세트로 제작”(박형진 PD)했다. 기장 도예촌은 평지에 넓은 면적의 부지가 있었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 싸여 있는 데다가 주변의 나무들을 옮겨 심을 수 있는 협조 사항까지 있어 작업하기에 적합했다는 것이 서성경 미술감독의 설명이다. 음지라는 점을 고려해 “여러 흙 샘플들을 수집한 뒤 검은빛을 띠는 부엽토를 섞어 묘의 검은 흙을 완성하고, 의도 적으로 잎이 붉게 변하고 말라 죽은 나무들과 색이 바랜 풀들을 심어 생기 없는 산중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라고 서성경 미술감독은 덧붙였다. “묘를 영화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신경 썼고, 기괴하게 생긴 나무들 위주로 심어 최종적으로 100%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을 완성했다.”(박형진 PD)

무덤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묫자리는 생각보다 아주 깊이 파야만 했다. “촬영팀과 제작진이 배우들과 함께 들어가야 했고, 안에서 액션 신도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흙을 팠다 다시 메웠다 하는 과정들이 동반됐기 때문에 네 주인공이 묘를 발견한 뒤 대살굿을 하고, 파묘를 하고, 엔딩에 이르는 신 등을 순서대로 맞춰 찍었다.” (박형진 PD)

에너지를 그대로 살린 대살굿

대살굿 장면은 <파묘>의 하이라이트다. “연기가 무척 중요해서 배우들이 촬영 전부터 무당 선생님과 함께 준비를 많이 했다.”(박형진 PD) <파묘>를 촬영하기 전엔 한번도 굿을 본 적이 없었다는 이모개 촬영감독은 배우들의 연습 현장에 한번 따라간 적이 있었다고. “배우들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해서 콘티를 자세히 짜기 보다는 이들의 에너지를 한번에 담아내는 데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총 4대의 카메라로 촬영했다.”(이모개 촬영감독) 이성환 조명감독은 기장 도예촌이 “낮과 밤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점에 주목했다. “대살굿 장면을 찍는 날엔 특히 날씨가 계속 변했다. 환한 햇살이 잘 어울리지 않을 장면이고 또 영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큰 실크천을 연처럼 공중에 덮어 빛을 죽였다.”(이성환 조명감독) 장재현 감독이 굿판 세팅이 심플하길 원했기 때문에 서성경 미술감독은 “굿판의 요소를 최소화하고 음식도 최대한 투박한 상차림으로 차리려고 했다”고 전한다. “드럼통에서 올라오는 불길, 돼지의 상흔과 함께 드러나는 붉은 피. 파묘가 진행되면서 보이는 검은 흙 빛깔에 관객들이 집중하길 바랐다.”(서성경 미술감독)

숲에서 오니를 만났을 때

<파묘> 후반부에는 화림이 숲의 신인 척하며 오니와 대적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화림이 몸을 숨기는 장소가 ‘주목’이라는 큰 나무 뒤다. “영화상에선 중턱 즈음에 주목이 위치하지만 실제로는 세 장소에서 나눠 찍었다. 강원도, 양산의 대운산, 그리고 부산이 그에 해당한 다. 대운산에서 촬영할 무렵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서 촬영을 길게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장 도예촌 뒤의 숲으로 다시 주목을 옮겨 촬영을 이어나갔다. 김고은 배우가 연기를 피워 오니를 처음 마주하는 신은 그 숲에서 찍었다. 다행히 부산에선 날씨가 좋았고 다른 지역보다 훨씬 따뜻하고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박형진 PD) 이모개 촬영감독은 기장 도예촌에 위치한 숲이 주는 음산한 느낌이 촬영에 큰 도움을 줬다고 회상한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들이 크고 굵진 않은데 불규칙하게 휘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독특한 형태가 오컬트 장르인 <파묘>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도깨비불의 비밀

화림이 오니와 대적한 이후의 신들은 유독 어둡게 촬영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제작진도 여러 고민이 있었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파묘>는 리얼함을 추구하는 작품이었고, 또 해당 신이 인공적인 불빛이 없는 깊고 깊은 산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설정이었다. 또 오니도 보일 듯 말 듯 연출하는 게 영화가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박형진 PD) 해당 신의 불빛과 도깨비불에 관해선 이성환 조명 감독이 여러 아이디어를 냈다. “달빛은 주로 푸른 색으로 표현되는데 인공적인 느낌을 덜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달과 달빛을 붉게 만들었다. 광원도 가스불을 기반으로 활용했다.”(이성환 조명감독) 도깨비불의 경우 “1~1.5m 정도 되는 큰 공에 불을 붙여서 광원 효과를 냈고 나중에 붉은빛을 덧입히는 CG 작업을 했다.”(이성환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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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