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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절을 기록하기, <나미비아의 사막> 감독 야마나카 요코
최현수 사진 백종헌 2024-10-18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6년 전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누군가가 19살에 연출한 자신의 첫 장편 <아미코>를 보고 감동했다며 훗날 배우가 되어 함께 작업하자는 내용이었다.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쉬던 중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문득 편지를 떠올렸다. 발신인의 이름은 가와이 유미였다. “당시 편지를 받으면서 가와이 유미와 함께 보낸 시간은 단 3분이었다. 이후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했다. 다만 먼 발치에서 그녀가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는 사이였다.”

<나미비아의 사막>은 그렇게 오로지 배우 가와이 유미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프로덕션이 시작되면서 포커스를 가와이 유미에 맞추었다. 각본을 쓸 때도 주인공의 궤적 안에 가와이 유미가 보이길 원했다.” 야마나카 요코 감독이 발굴한 가와이 유미의 얼굴은 그간 다른 영화와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은 유달리 주변 어른이나 환경에 억눌린 얼굴이 많았었다. 그래서 반대로 가와이 유미가 심술궂은 얼굴로 주변을 당혹스럽게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무기력한 얼굴에도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가 담길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렇게 탄생한 주인공 카나는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인지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정보량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현세대의 피로함을 그리고 싶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큰 일들이 일어난다. 일본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짓누르는 기이한 혼돈의 상태가 있다.” 따라서 <나미비아의 사막>은 인물을 추동하게 만드는 동력을 탐구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인물이 처한 상태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전까지 내가 제작했던 영화가 행동의 동인을 집요하게 쫓았다면, 자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카나를 찍을 때는 완벽하게 그 인물의 현존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카나를 단순히 무작위적인 성미를 지닌 인물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에세이 <나란 무엇인가>에 제시된 ‘분인’ (分人)이라는 개념을 예로 들며 카나의 복잡한 감정을 설명했다.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과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공적인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두 자아 모두 나 자신이라 할 수 없는가.”

상대와의 거리감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과 양면적인 자아의 공존. 자신도 답을 모르는 카나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나미비아의 사막’을 보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나미비아 사막 24시간 스트리밍 채널은 동물들이 오아시스에 와서 물을 마시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보여준다. 자세히 보면 호수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고 야간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해 수익화 구조를 마련했다. 사막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자본주의적 사고하에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카나도 거리감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이며 동시에 역설적인 면모를 지니기에 나미비아의 사막과 닮아 있다.” 야마나카 요코 감독은 불안정한 감정마저 작금의 청춘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에 갑자기 내던져진 나와 같은 또래들은 명료한 답을 내리기를 강요당한다. 근데 우리의 영화가 답이나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긴 인생의 한 토막을 포착하여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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