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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스페셜] 남포동을 수놓은 시네마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제7회 커뮤니티비프, 10월3일부터 6일까지 성황리에 개최돼…
정재현 2024-10-07

<문을 여는 법>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10월3일부터 10월6일,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제7회 커뮤니티비프(Community BIFF)가 열렸다. 관객이 만드는 영화 축제를 표방하는 커뮤니티비프는 2018년부터 매해 남포동에서 빠지지 않고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행사다. 올해 커뮤니티비프는 메가박스 부산극장,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성1918에서 영화 54편(장편 38편, 단편 16편)을 상영했다. 여기에 BIFF광장 야외무대에서 상영한 장편영화 4편과 단편영화 5편, 지역민들이 영화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을 공개하는 마을영화만들기의 단편 11편을 포함하면 4일간 총 74편의 영화가 남포동의 스크린을 채운 셈이다.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 무수히 많은, 잡다한 시선의 영화제”라는 정미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래머의 전언처럼, 지금 영화관 안팎을 뜨겁게 만드는 이슈로 빼곡했던 커뮤니티비프의 지난 나흘을 전한다.

올해 커뮤니티비프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였다. 근미래의 풍경을 고찰하는 SF영화는 물론 AI와 VFX 기술 등 지금 시네마의 정의를 재고하게 만드는 화두를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 상영됐다. 짧게는 5년 전, 길게는 한 세대 전 <터미네이터>, <가타카>, <유랑지구>가 던진 미래를 향한 근심은 2024년의 창작자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곽재식 화학자, 임소연 동아대학교 융합대학 교수·과학기술학자, 우주먼지 과학커뮤니케이터의 강연이 각 작품의 상영 후 이어져 화제를 모았다. 동시대의 기술을 영화에 활용해 첨단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들의 상영 또한 이어졌다. AI 영화 <멸망의 시>는 연출작 <원 모어 펌킨>으로 올해 3월 제1회 두바이국제AI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 겸 스튜디오프리윌루전의 대표의 신작이다. <멸망의 시> 상영관 객석엔 영화계 현업 종사자들이 특히 북적였다.

<에픽하이 20 더 무비>

자신을 현직 배우라 소개한 한 관객은 권한슬 감독과 구도형 PD에게 AI의 발전과 함께 발 맞춰 나갈 인간 배우의 생존 방도를 질문했다. 이에 권한슬 감독은 “배우의 연기력이 AI로 대체될 순 없다. 관객이 AI 배우를 원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AI 배우는 AI 필름이라는 장르 안에서만 존재할 직군이다.

물론 실사 영화에서 배우가 찍기 위험한 장면에 한해 AI 배우가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배우라는 직업의 본질은 변하거나 배우라는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구성해나갈 청년들을 응원하는 작품들도 커뮤니티비프를 수놓았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큰 VFX 프로젝트였던 <외계+인> 1부와 2부의 연속 상영엔 최동훈 감독과 배우 류준열이 함께했다. 두 창작자는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경험한 여러 에피소드를 가감없이 공유했다. 커뮤니티비프에서 프리미어를 가진 <문을 여는 법>은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성장한 보호 아동들이 보호 종료 후 독립하는 과정에서 겪는 주거 고민을 판타지 장르로 풀어낸 중편 영화다.

<왕의 남자>

배우 김남길이 설립한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와 연예기획사 길스토리이엔티가 KB국민은행과 공동 제작했고, 향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부산 출신 감독, 지역 프로덕션, 지역 대학생들이 의기투합해 제작한 단편영화 <산복이>는 지난 달 열린 VIP 시사 이후 커뮤니티비프에서 보다 많은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다. <산복이>는 상실, 좌절, 불안을 겪는 동세대 청년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로 드라마 <왕초>, <호텔리어> 등을 연출한 장용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원한 청춘인 힙합 그룹 에픽하이는 공연 실황 영화인 <에픽하이 20 더 무비>의 상영 이후 마지막 곡을 직접 라이브로 선보이며 단숨에 영화관을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타짜>

커뮤니티비프의 인기 프로그램인 리퀘스트시네마와 마스터톡, 취생몽사, 블라인드 시네마 또한 어김없이 남포동을 뜨겁게 달궜다. 관객에게 영화제를 기획, 운영할 기회를 제공하는 리퀘스트시네마는 커뮤니티비프를 상징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올해 리퀘스트 시네마엔 인도 영화 <수라라이 포트루>와 같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낯선 영화는 물론 <복수는 나의 것>, <왕의 남자>, <영웅>, <리바운드> 등 관객과 평단 모두가 사랑한 영화로 채워졌다. <복수는 나의 것>의 손세훈 프로듀서,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과 이준기 배우, <영웅>의 윤제균 감독과 정성화 배우, <리바운드>의 장항준 감독과 안재홍 배우는 각 영화의 상영 후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한국 VFX 영화의 현주소를 이야기한 최동훈 감독은 올해 마스터톡의 주인공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관객들과 함께 <타짜>를 보며 실시간으로 코멘터리를 전했다. 관객들 역시 단체 채팅방을 통해 상영 중 <타짜>에 관한 필담을 나눌 수 있었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 한성1918 등의 건물에서 맥주와 음식을 즐기며 심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취생몽사는 단연 관객들로 북적이는 ‘밤과 음악 사이’였다. 올해 부일영화상 음악상 수상자이기도 한 모그 음악감독이 <록키 호러 픽쳐 쇼> <더티 댄싱> <토요일 밤의 열기>와 같은 불세출의 뮤지컬, 음악 영화 상영을 마친 후 음률과 맥주에 취한 관객들과 긴 가을밤을 함께 지샜다. “발랄한 대환장파티지만 영화제의 깊이를 놓치지 않는” (정미 프로그래머) 블라인드 시네마는 매년 시네필들을 남포동으로 행차하게 만드는 행사다. 올해 블라인드 시네마는 정성일 영화평론가 겸 영화감독과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사전 고지 없이 선정한 두 편의 영화(<쳐다보지 마라>, <포제션>)의 연속 상영 및 대담으로 꾸려졌다. “오늘 오후가 지옥이 될 수 있습니다” (정성일)는 경고에도 극장엔 관객들로 가득했다. 게스트와 관객들이 직접 소통하는 놀이의 즐거움. 축제의 내용을 관객이 온전히 직접 프로그래밍한다는 점이야말로 커뮤니티비프의 핵심이다. 각지의 시네필 관객과 부산 시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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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