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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중한 사람들의 무방비한 상태가 좋다’,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조현나 사진 백종헌 2024-10-03

월경전증후군(PMS)으로 인해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주기적으로 짜증을 참지 못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몇년 전 시작된 공황장애의 영향으로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의 삶의 반경은 한없이 좁아졌다. ‘쿠리타 과학’에 입사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동료가 된다. 미야케 쇼 감독은 세오 마이코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신작 <새벽의 모든>을 세상에 내놓았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타인과의 연대가 지닌 온기를 세심하게 그린다.

- 원작 소설의 어떤 점 때문에 영화화를 결심했나.

= 후지사와와 야마조에, 두 캐릭터에게 끌렸다. 이들은 병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난 이제 틀렸다.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할 거야’라고 낙담하는 순간도 있지만 맨 마지막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고 생각이 달라지는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 이어 다시 한번 16mm 필름으로 촬영했다.

=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이전에 16mm 필름으로 촬영할 때 정말 흥분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활용하고 싶었고, 다만 같은 16mm 필름을 사용하되 접근법을 다르게 가려 했다. 둘째로 이 영화는 인물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회사에 입사한 후 동료들을 만나고, 우주를 바라보는 것으로 세계가 확장되고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관객들도 할 수 있길 바랐다.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에게만 집중하다 불현듯 ‘여기서 바람이 부네, 가을빛이 참 아름답다, 작은 꽃이 여기 있었네’라고 느끼는 체험을 하기를 바랐다. 16mm 필름이 이런 상황을 부드럽게 담아낼 거라 판단했다.

- 후지사와가 야마조에에게 자전거를 발려주고 유족들의 그리프 케어 모임도 진행하는 등 인물들이 서로를 보살펴주는 과정이 더해졌다. 각색하며 인물들의 관계성, 연대를 강화한 이유는.

= 뉴스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일본과 다른 나라에서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다음 단계에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화를 통해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케어’라는 키워드를 담은 스토리를 생각해보게 됐다. 일본에서도 한국 소설이 많이 번역되어 있는 상태다. 여러 소설을 찾아 읽은 것이 케어라는 키워드에 관해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 PMS나 공황장애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특정 신에선 인물들의 언행이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상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의 내레이션이 적지 않은 이유가 그에 해당하나.

= 영화를 만들며 중요하게 여긴 건 이 영화에 등장하는 PMS와 공황장애는 어디까지나 일례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PMS여도 누군가는 분노가 아닌 눈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고 공황장애도 발작이 발생하는 상황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플라네타륨 전문가는 플라네타륨이 별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얻어가는 장소라기보다 상상력을 펼치는 장소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밤하늘만 멀뚱히 바라보면 10초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질릴 테지만 조금만 정보를 넣어주면 더 크게, 더 멀리 상상할 수 있다. <새벽의 모든>에 그런 형식을 반영하고 싶었고 PMS에 관한 후지사와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 로케이션 헌팅을 세심하게 하는 것으로 안다. 이번에 중요하게 고려한 장소는.

= 언덕이다. 언덕길을 찍고 싶어서 야마조에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장소를 신경 써서 골랐다. 도쿄는 언덕이 정말 많은 지역이다. 경사가 크진 않지만 걷다 보면 항상 오르락내리락하게 되는 길이 많다. 그런 굴곡 있는 지형이 변화가 큰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의 컨디션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제작진과 알맞은 곳을 오랜 시간 찾아다녔다.

- 쿠리타 회사 로케이션은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았나.

= 사무실과 작업장, 그 두 공간이 있어야 했고 가능하다면 사원들이 모여 라디오 체조를 할 안뜰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길 바랐다. 마침 로케이션 헌팅을 하며 발견한 영화 속 건물이 그런 형태였다. 또 2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밤에 건물을 보면 내부가 우주선 같은 인상을 준다. 그 공간에서 상당히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쿠리타 과학이라는 공간의 조건에 관해 까다롭게 보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장소를 발견한 덕에 영화의 내용이 풍부해진 지점이 있다.

- 쿠리타 과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전작 <와일드 투어>가 연상됐다. 사람들이 뭔가를 조사하며 촬영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아내길 좋아하나.

=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 걸까. (웃음) 우선 나 역시 <새벽의 모든>과 가장 가까운 작품이 <와일드 투어>라고 여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시절이 매우 진지하게 살아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40대인 지금보다 15살 때가 훨씬 진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작품에서 학생들을 등장시킨 건 그들이 그 나이 또래여서라기보다 무언가를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흥미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와일드 투어>와 <새벽의 모든> 모두 극 중 인물들이 완성한 작품보다는 그걸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얼굴, 그들의 관계를 더 보여주려 한다는 인상이다. 가령 쿠리타 과학에 관한 다큐멘터리보다는 이를 함께 관람하는 직원들을, 플라네타륨이 구현한 우주가 아닌 그것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 정보를 전달하는 후지사와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처음 받는 질문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과도 맞닿은 질문이라 답하기가 조심스럽다. 첫째로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프레임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화 체험을 하길 바랐다. 둘째로는 무언가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것에 관해 열심히 상상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좋아하고 그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볼 때에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폼 잡을 필요가 없지 않나. 뭔가에 열중한 사람들의 그런 무방비하고 순수한 상태를 좋아한다. 이 답이 질문에 대한 전체적인 답이 되지 않을 텐데 남은 답에 대해서는 다음 영화를 만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겠다.

- 빛, 특히 자연광을 섬세하게 썼다. 자전거를 타는 야마조에 위로 쏟아지는 빛을 보면서 그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 빛이 존재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굳이 빛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찍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랬을 텐데 카메라 덕분에 특정 계절, 시간대의 빛이 아름답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말한 장면에선 심박수가 올라 발작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야마조에가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나아간다. 만약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탔다면 야마조에가 그 아름다운 빛에 관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천천히 자전거를 타다 보니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고, 빛이 아름답다는 걸, 이 넓은 세상에 관해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을 관객들도 영화를 보며 함께 체감할 수 있길 바랐다. 때문에 그 장면에서 겨울의 아름다운 빛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고 그 자전거 신만 나흘을 촬영했다.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의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신의 연출 의도에 관해 말해준다면.

= 쿠리타 회사의 장소가 정해졌을 때 사람들이 안뜰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담아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기도,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 자유로운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이 영화에서 무척 중요하다고 여겼다.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과 <새벽의 모든> 모두 밀접하고 친밀하기보다는 거리감이 있되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관계에 주목한다. 타인의 존재, 타인과의 연대가 가지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남과 같이 일할 때 상대에 따라 성가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 사람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이처럼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새벽의 모든>은 같은 사람이어도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야마조에가 후지사와와 있을 때, 전 상사인 츠지모토와 있을 때, 쿠리타 사장과 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다른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 제3자로서 관찰할 때 상당히 흥미롭다고 느꼈다.

-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혹은 앞으로 반드시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 차기작은 내년 중·하반기나 내후년 정도에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비밀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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