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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추천작 리뷰 ②
오진우(평론가) 2024-09-25

<빅 데이터의 축> The Axis of Big Data

저우타오/중국/2024년/58분/프런티어

중국 구이저우성의 데이터 센터 내부를 비추며 오른쪽으로 패닝하는 카메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기계로 가득 찬 서버실의 삭막한 풍경을 뒤로하고 녹음의 자연 풍광이 펼쳐진다. 중국의 시각예술가 저우타오의 연출에서 돋보이는 점은 카메라의 역할이다. 카메라는 풍경 자체를 바라보기보다는 그 안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탐정 같다. 그 과정에서 포커스 아웃이 되며 선명했던 이미지는 어느새 흐려진다. 영화는 제목처럼 데이터 센터를 축으로 삼아 360도 회전하며 감상하는 VR 영상처럼 보이는 감각적인 풍경 영화다.

<자살시도 두 시간 전 담배 피는 영상>

권지윤/한국/2024년/125분/한국경쟁

권지윤 감독은 첫 번째 자살 시도 때 기록한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이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면서 감독은 영상에 달린 댓글에 충격을 받는다. 영화는 자살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악플러들을 고소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맞닥뜨린 부조리를 꼬집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또한 자살을 사회적인 타살로 보는 이 영화는 감독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해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국가 폭력의 문제로 죽음에 관한 논의를 확장한다. 애니메이션, 캡처 화면, 길거리 인터뷰, 밈 등을 엮은 영화의 구성 속에서 감독의 마지막 외침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살아 있다.”

<침공> The Invasion

세르게이 로즈니차/네덜란드, 프랑스, 미국/2024년/145분/베리테

<바비 야르. 콘텍스트> <키이우 재판> <파괴의 자연사>까지 파운드 푸티지 작업으로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을 최근에 입문한 관객이라면 새롭게 다가올 영화가 <침공>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감독은 과거 속에서 현재의 모습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감독은 <침공>을 통해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투쟁을 기록한다. 2년에 걸쳐 촬영된 영화는 위험천만한 전장을 기록하지 않고 전시 상황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다. 전쟁 중에도 사람들은 농담을 건네고 음식을 나누고 서로를 도우며 전쟁이라는 비일상을 버티며 살아간다.

<선제적 청취> Preemptive Listening

오라 사츠/영국, 핀란드/2024년/89분/프런티어

사이렌에 관해 탐구하는 영화답게 사운드트랙이 남다르다. 다수의 실험 음악가가 참여하여 작곡한 사이렌 소리가 영화 내내 울려 퍼진다.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오라 사츠의 첫 장편인 <선제적 청취>는 드론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이렌 사이트를 촬영하고 그 위에 여러 명의 화자가 내레이션하는 실험적인 에세이영화의 면모를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고 그사이에 존재하는 사이렌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탈피해 영화는 인간이 자연에 긴밀하게 연관된 킨센트릭(Kincentric) 세계관을 소개하며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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