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 성진(강승호)을 포함한 온 가족이 제사를 위해 대구 고향집으로 모여든다. 무더위 속에서 전을 부치는 여성들과 옆방에서 한가로이 고스톱을 치는 남성들. 오랜만에 할머니 댁을 찾은 성진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여느 명절날과 다름이 없다. 전통을 중시하는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가업을 둘러싼 의견들이 술기운을 타고 맞부딪힌다. 넉살 좋은 손주들 덕에 우여곡절을 겪던 제사가 겨우 마무리된다. 그런데 정정하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임종을 맞이하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긴장감이 점차 격해지기 시작한다. <장손>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대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낸다. 하지만 세대간 불통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포장하지는 않는다. 각 인물의 사연을 훑는 시선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섬세하다. 해학이 담긴 영화는 끝내 보편적인 공감대에 닿는 데에 성공한다.
[리뷰] 솟구치는 설움마저 정(情)으로, 죽을 듯 밉다가도 괜스레 한번 돌아본다, <장손>
글
김현승
2024-09-11
관련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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