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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새로운 비평의 지평을 열다", 제 29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평 - 우수상 문주화, 이병현
송경원 2024-08-09

제29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 결과 올해도 최우수상 없이 2명의 우수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총 58편의 응모작 중 12편을 최종 심사했고, 김병규, 정지혜 영화평론가와 함께 심사를 맡았다. 27, 28회에 이어 3년째 최우수상을 내지 못한 건 단지 눈에 띄는 글이 없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신호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비평적 과제 설정”이 부족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개별 영화에 대한 관찰과 성실한 분석이 돋보이는 글들은 많았지만 왜 지금, 그 영화를 읽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거시적인 질문이 삭제된 글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다소 거칠더라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글에 무게를 싣고 전체적인 심사를 진행했다.

이병현씨의 이론비평 ‘스필버그는 왜 지평선을 찍지 못하는가’는 질문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서부극의 세계를 연결시켰다. 영화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질문이 흥미로웠고 해석의 재미가 있었으나 결론에 이르러 설득력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이론비평에 비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비평은 무난한 전개와 안전한 결말을 벗어나지 않은 채 평이하게 마무리됐다는 것도 최우수상으로 지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독창적인 시선과 고집은 지금 평론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미덕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중심으로 ‘비극의 시대에 불시착한 초상들에 대한 우화’를 설명한 문주화씨의 이론비평은 심사위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다만 흥미로운 착상과 안정적인 논리 전개에 비해 해석과 결론은 다소 무난하다는 점 때문에 최우수상으론 선정되지 못했다. 작품비평으로 쓴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역시 안정된 글쓰기와 깔끔한 전개가 강점이었으나 성실한 관찰에 비해 다소 전형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당선자 모두 다음 글이 궁금해지는 성실한 필자의 새로운 가능성이 빛났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에 빠트린 4명의 필자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슬아씨는 비평과 에세이, 학술적인 글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성 넘치는 필력이 돋보였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자유분방하여 선뜻 지지하기 어려웠다. 정우성씨는 동시대 영화의 증상과 현상을 흥미롭게 포착했지만 다소 자의적인 분석과 평범한 결말이 특히 아쉬웠다. 김정식씨는 개별 영화를 섬세한 관찰력으로 풀어냈으나 표면적인 묘사에 그친다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임윤영씨는 주제와 접근이 흥미로웠지만 개념이 명징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인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중인 경력 있는 분들이 다수 응모했다는 점, 흥미로운 글이 많았음에도 거시적인 흐름으로 이어진 글은 만나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29회 영화평론상은 <씨네21>에도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겨준 자리였다. 관심을 가지고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문주화, 이병현 당선자가 지면을 통해 선보일 활약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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