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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객단가 문제에 우선 집중하겠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우빈 사진 오계옥 2024-07-05

강유정 의원의 당선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영화계는 여러 기대감을 안게 됐다. 영화평론가로 등단한 후 20년 넘게 영화·문학계의 평단과 문단을 비롯해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활동했던 인물이었기에 영화계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였다. 강유정 의원은 “영화에 집중하는 문화예술계 의원이 사실상 혼자”라고 밝히며 다소간의 부담감을 드러내긴 했으나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빠르게 일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와 간담회를 마쳤고, (인터뷰일 기준)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객단가 문제를 문화예술계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와 결부해 분석하는 그의 전문적이고 거시적인 시선이 22대 국회의 신선한 활로가 되길 기대한다.

- 원내대변인 직책을 맡았고 개원 직후 많은 법안도 발의했다. 당선 이후 무척 바빴을 것 같다.

= 5월2일부터 원내대변인 일을 시작했다. 국회가 어떤 구조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상임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의정 활동에 대해 신속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개원 2개월차는 된 느낌이다. (6월21일 기준)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각 부처 업무보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우리 의원실만 미리 서둘러서 진행을 끝냈다. 두 군데 빼고 모두 받은 상황이다. 이렇게 일하다 보니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이 돼 있더라. MBTI가 T랑 J다. (웃음) 늘 빠르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 문화예술계 전반에 현업으로 오래 있었던 만큼 업계 종사자들의 기대가 크다. 부담감이 적지 않겠다.

= 문화예술계 의원이 현저히 부족하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정치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낄 땐 이런 상황이 더 아쉽다. 모두가 K콘텐츠의 성공에 자긍심을 느낀다. 그런데 이건 국가 지원만으로 이뤄진 일도 아니고, 몇몇 아티스트의 훌륭함으로만 성취한 결과도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팔길이 원칙 등 문화정책에 대한 국가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과거의 혜안으로 담가둔 김장독은 이제 거의 다 파먹었다. 얼른 새 장독대를 만들어서 장을 담그지 않으면 문화의 먹거리가 남아나지 않을 위기에 봉착했다. 전공자이자 업계 사람으로서 세부적인 문제점도 해결하되, 궁극적으론 문화예술 예산 2% 달성 등 문화예술 정책기조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큰 어려움도 타개하려 한다.

- 업무보고 결과는 어땠나.

= 현 정부의 어떤 문화정책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보다 문화정책이 아예 없는 게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문화예술 예산이 밑바닥 수준이다. 이렇게 문화예술계의 근간을 흔들면서까지 늘어난 다른 곳의 예산이 과연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제대로 검증하려 한다.

-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하며 가수 연습생, 프로게이머 등 각종 문화예술계 종사자에 대한 표준계약서 문제에 먼저 집중한 이유는.

= 조금의 태도 전환으로도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는 사안부터 다뤘다. 게임, 웹툰, 웹소설 등 뉴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회초년생 창작자와 사용자의 규모는 늘어는데 그들의 권리를 지키거나 관련 범죄를 잡아내는 제도가 미비하다. 벌칙 조항을 주기보다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주로 선택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계 표준계약서를 지키자고 나서면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났던 것처럼, 좋은 선례를 먼저 만드는 방법이 좋다고 느꼈다. AI 관련 법안은 산업이 너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공론화하고 공감대를 다질 필요에서 발의했다. 출판계, 문학계, 영화계에 산적한 문제는 더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더 철저하게 준비하려 한다.

- 이후 준비 중인 법안이 있다면.

= 얼마 전 안타깝게 돌아가신 한 배우의 사례에 관해서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죄 부분도 손봐야겠지만 도를 넘는 사생활 침해와 마녀사냥과 같은 언론보도, 인격 살해 문제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법률이 필요하다. 이건 여야 정쟁과 무관한 사안으로 밀고 나가려 한다. 당론으로 채택하면 국회 긴장 국면이 형성되면서 아무리 옳은 법안일지라도 지연될 수밖에 없더라.

- 5월15일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와 간담회를 진행한 소감은(<씨네21> 1457호 ‘2024년 한국영화 구조 진단-객단가, 스크린상한제… 법제화가 답?’ 참고).

= 우선은 객단가 문제에 집중하려 한다. 이건 크게 보면 문화 불공정 사안이다. 영화 제작자 진영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한 것은 아니고, 대형 멀티플렉스나 배급사와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결론이다. 객단가 쟁점을 영화계 내부의 문제, 산업의 파이를 누가 더 가져가는지의 형태로 보아선 안된다. 그러면 실패하는 담론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쟁점의 주안점은 소비자다. 소비자에게 영화 값이 너무 비싸게 느껴지고 산업이 축소된다면 이동통신사의 할인율 문제나 이해관계자들의 수익 분배 등은 해결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객단가 문제를 영화계만의 고질적 문제보다 콘텐츠 업계 전반, 뉴미디어 창작자들이 겪는 문화 불공정 타개 논의에 포함하려는 거다. 홀드백 문제는 산업 관계자, 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있는 편이라 그래도 빨리 해결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다.

- 영화·영상 산업 현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도는 어떻게 느끼나.

= 지금 22대 국회는 거대 담론에 결부한 이슈 파이팅이 거세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발 의혹 등 사회적 부조리가 워낙 심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그래서 영화계 수직 계열화, 스크린독과점 같은 사안은 만성질환처럼 여기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문제임은 아는데 늘 아픈 근육통처럼 잠깐 파스 붙이고 자면 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고 영화·극장시장이 축소하며 영비법 개정은 더 소외되는 감이 있다. OTT 관련 법 수립도 중요성에 비해 후순위로 계속 밀리고 있다. OTT 콘텐츠가 어느 부처 담당인지조차 원활하게 합의되지 않고 있으니 심각한 상황이다. OTT 콘텐츠 IP의 숱한 매절 계약에 관해서도 법을 초과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니 이 부분에 얼른 집중할 예정이다.

- 국회의 인식을 어떻게 개선할 예정인지.

= 국회에 문화예술 정책 포럼을 하나 만들었다. 추미애, 최민희, 김용민 의원 등 문화예술 정책에 밝고 관심을 가진 분들을 모아서 활동하려 한다. 의원들이 사회·정치적인 사건 현장에 6~7시간 있는 일은 모두가 의미 있게 여기지만, 극장에 가서 <범죄도시4>를 보는 건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업계 종사자들의 실질적인 고충을 들어야만 정책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딜 가든 일복이 많은 편이다. 문화예술계를 대표해서 ‘일하는 국회의원’으로 열심히 정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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