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에 유럽지역 영화제작 차질
영화계에도 구제역 비상이다. 현재 영국에서 개발 중이거나 촬영 중인 영화와 TV 쇼가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로케이션 장소를 변경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제작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
소와 양, 돼지 등의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아, 바람과 철새를 통해서도 그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번 구제역은 지난 한달 동안 10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을 도살하고도 잦아들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 사람은 물론 물품 유입도 통제하는 등 폐쇄령이 떨어져 있는 상태. 영화 촬영지로 애용되는 농장과 옛 건축물 등에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이원 맥그리거와 주드 로의 영화사 내츄럴 타일론이 제작하는 <크롬웰 앤 페어텍스>는 7월 크랭크인 예정이지만, 현재 헌팅을 비롯한 프리프로덕션 작업이 중단된 상태.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가 관리하는 문화재와 전원 주택들이 모두 폐쇄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트 촬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번 칼라>의 제작진은 스코틀랜드 서부 오반 지역에서 촬영하려던 계획을 취소했고, <샬롯 그레이> 팀은 프랑스에 머물며 스코틀랜드와 런던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다. 이는 영국 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EU산 축산물 수입을 중단한 노르웨이에서는 영화 <나는 디나> 촬영차 방문한 프랑스와 영국 배우들을 문전박대했다. 노르웨이 현지 농부들은 제라르 드파르디외를 비롯한 배우와 스탭들에게 방역을 요구했고, 현지인들을 대거 엑스트라로 출연시키려던 제작진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구제역 바이러스로 인해 EU 국가의 국경이 ‘철옹성’으로 둔갑하게 된 이번 사건이, 유럽영화계는 물론, 배우파업을 우려해 전지구적 로케이션을 감행하고 있는 할리우드에 적신호가 되고 있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