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타이거스> Smoking Tigers
셸리 요(여소영)/미국/2023년/91분/월드시네마
하영(유지영)의 열여섯 번째 여름은 익숙하지 않은 것투성이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정준호)는 집을 떠나 자재창고에서 숙식하고,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아빈 앤드루스)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한인 식당에서 일을 시작한다. 어머니의 등쌀에 밀려 등록한 입시 여름 캠프에는 유복한 학생들뿐이다. 집안 사정을 애써 숨긴 채 우정과 사랑을 꿈꾸지만 어딘지 어긋나는 일상의 궤적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한국계 미국인 셸리 요 감독의 장편 데뷔작 <스모킹 타이거스>는 코리아타운의 불편한 공기를 읽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시선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표류하는 1세대 이민가정의 애환을 담는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아버지와 영어가 더 익숙한 딸들 사이에서 오가는 소통은 언제나 미묘하게 어긋난다.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과의 소통도 반쯤의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더욱 녹록지 않다. 이러한 경계인의 정체성에 내재한 혼란의 리듬과 청소년기의 불안이 중첩된 감정의 파동은 푸르고 차가운 색감의 조명, 수면과 거울에 비친 상 등의 영화적 요소를 통과하며 증폭된다.
한편 <스모킹 타이거스>에는 기형적 입시문화와 같이 한국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하다. 여러 한국계 디아스포라 서사에 부재했던 지점들을 살피고 영리하게 보완했다. 여기에 세심한 인물 형상화가 더해져 성장영화로도, 가족 드라마로도 활약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추었다. 아빈 앤드루스의 입체감과 정준호의 다감함, 무엇보다 물결 위로 번지는 유지영의 맑은 얼굴이 영화의 촉촉한 질감을 완성한다.
상영 정보
5월 6일, 17:00, CGV 전주고사 5관
5월 7일, 17:00, CGV 전주고사 5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