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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 IFF #2호 [프리뷰] 김오키 감독, '하나, 둘, 셋 러브'
박수용 2024-05-04

<하나, 둘, 셋 러브>

김오키/한국/2023년/94분/코리안시네마

색소포니스트로 잘 알려진 김오키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하나, 둘, 셋 러브>는 환상과 현실, 이야기의 형식, 나아가 영화 안팎의 경계를 파악하려는 욕망을 무위로 만든다. 재즈를 비롯해 특정 장르로의 포섭을 거부하는 그의 자유로운 음악을 만나본 사람들은 이쯤에서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테다. 일종의 멀티버스 설정과 B급 코미디를 조합한 자유로운 스타일을 휘두르는 영화는 천진한 환상과 무정한 현실로 추정되는 여러 세계를 이어 붙인다. 여배우 수정 역의 류현경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극중 역할과 관계가 차례차례 변화한다는 점에서는 언뜻 변주곡의 인상도 스친다. 이에 더해 감독의 사재를 털어 부었다는 자체수급 프로덕션, 김의성 배우와 이종필 감독 등의 존재감을 패러디의 요소로 활용하는 재기 등도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대한 케케묵은 논쟁에 무효표를 던지려는 듯하다. 이 모든 무경계성 가운데 <하나, 둘, 셋 러브>가 일관되게 표현하는 가치는 순수한 사랑의 즐거움이다. 뭇 남성들의 번잡한 욕망은 영화 제작 현장의 위계 속에서 희화화되고 두 여주인공의 진실한 소통과 연대는 순진하지만 믿어봄 직한 희망을 제시한다. 음악인 김오키의 내공이 빛나는 사운드트랙 또한 달콤쌉싸름하고 포근한 사랑의 다채로운 맛을 구현한다. 5월의 전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매끈한 영화는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올해의 슬로건인 '우리는 늘 선을 넘지'에 가장 부합하는 도전적인 작품이다.

상영 정보

5월 5일, 13:30 CGV 전주고사 1관

5월 10일, 13:30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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