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리는 울지 않는다> Cu Li Never Cries
팜응옥란/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필리핀, 노르웨이/2024년/93분/국제경쟁
독일에 거주하던 응우옌은 죽은 전남편의 유해와 작은 베트남 야생동물 쿨리를 데리고 하노이로 돌아온다. 보육교사로 일하는 그녀의 조카 반은 임신 사실을 숨긴 채 결혼을 준비한다. 순하고 유복한 약혼남과 함께 웨딩드레스 상점과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조카가 응우옌은 탐탁지 않다. 대신 그녀는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순례한다. 옛날 노래가 나오는 라이브 클럽을 방문하고, 전남편을 만났던 지방의 댐을 찾아 오랜 동료를 만난다. 한 도시는 그렇게 두 공간으로 분리된 채 각자의 세월을 감내한다.
골프장이 되어버린 공동묘지, 사원과 수력발전소가 공존하는 메콩강. 팜응옥란 감독의 단편영화들 속 공간은 직진하는 시간과 정체된 기억 사이의 엇갈림을 담는다. 그의 첫 장편 <쿨리는 울지 않는다>가 그리는 하노이, 고도발전의 황홀경 대신 가난이 잔존한 대도시의 변두리도 그렇다. 장례로 시작해 결혼으로 끝나는 짧은 이야기는 두 세대의 퇴장과 출발의 교차점에 선 채 베트남의 굴곡진 현대사를 개인적이고 암시적인 시선으로 조망한다. 응우옌 세대의 기억과 노랫말은 줄곧 호찌민의 이름을 부르고, 현세대가 살아내는 오늘은 혼종적인 삶의 방식만큼이나 불투명하다. 불화할 것만 같은 둘은 직접 충돌의 방식으로 역사를 밝히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들 사이의 공백을 상상케 하는 것은 조카에게 자신의 과거를 투영하는 응우옌, 삶을 돌아보는 회한의 관성이다. 이에 팜응옥란 감독은 세월을 거스르고자 하는 치수의 욕망이 무용하다는 듯 영화 속 시간의 보를 활짝 열어 화답한다. 흑백 연출과 절제된 대사의 사용, 긴 호흡으로 담아낸 자연의 소리는 차분히 흘러가는 시간을 관망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신인장편상을 받았다.
상영 정보5월 4일, 10:00, CGV 전주고사 7관
5월 7일, 10:00, CGV 전주고사 7관
5월 10일, 17:00, CGV 전주고사 7관